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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기울이던 그 ‘대문집’.
버얼건 연탄불에 쫄깃하게 구워낸 닭발 한 점, 너와 내가 부딪힌 소주 한 잔은 현실발 추억행 완행열차다.
요맘때, 찬바람 나기 시작하면 통통통 다진 낙지 한 사발에 기름소금, 오돌하면서도 탱글한 맛이 천하 중의 일품이라 한 잔 두 잔 기울이면 두세 병은 뚝딱.
피조개는 어떠한가. 붉디 붉은 핏물, 눈 찔끔 감고 받아먹는 그 맛은 바다의 향기.
살점은 발라 먹기 좋게 썰어 놓고 고추에 실파, 참기름, 깨 빠치고 껍데기에 옮겨 놓는다. 간단하면서도 기품 있는 요놈에 피조개는 겨울 한 철 찾아오는 포장마차 좌장이다.
본시 대분집은 차안(此岸) 속의 피안(彼岸)이어라.
홍진의 대문을 열면 주황색 비닐 대문이 알리바바 전설처럼 마법의 무대를 펼친다. 밤이면 열리는 이 세상은 삼삼오오 소곤소곤 시끌벅적 원샷이다.
친구와 마주 앉은 주당들은 흐트러진 모습에 당구장서 따낸 내기술을 붓고 있고, 김밥에 비싼 안주, 콜라병 테이블은 척 보아 시작하는 연인들.
뜨끈하게 말아낸 오뎅국수에 김치가락 얹어 먹는 저 커플은 밤참이 그리웠던 신혼부부다.
깊은 밤, 주당들의 마지막 코스 대문집. 빈속에 혹사당한 오장육부는 후루룩 끓인 라면 한 그릇에 호강하더라.
어디 이쁜짓만 있더냐. 눈싸움에 윽박에 몸싸움에 욕지거리. 술잔이 날아가고 의자가 튀어올라 그래놓고 따지기는 주인장이 만만하다. 아예 우리 아주머니 이력이 났다.
그래서 추억, 참 많이도 남았다. 읍내사람이고 아니고 대문집 추억이야 하나쯤은 있으리라.
입대 전 아버지 옆에 앉아 술 받은 곳이 그 집이고 재대해 축하받은 아버지 술잔도 그 집서 받았다.
그런데 그 대문집이 문을 닫는다. 집주인 부부가 오랜 타관살이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기에. 맘씨 좋은 그 부부 덕에 그동안 맛있게 벌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섭섭하다.
17년의 세월이 너무 길더라. /서영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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