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心으로 버무려 더 맛있어요”
이진우 사장의 妙味는 진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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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잔칫집 음식으로 꼽힌다. 하얗고 긴 면발에서 짐작되듯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례음식으로 결혼식이나 회갑 잔치가 열리는 집 마당, 햇빛 가리개 천막 아래 둘러앉아 국수를 먹는 모습은 정겨운 우리네 풍속이다.
이같은 서민들의 대표음식을 특화하여 전국적인 맛의 宗家로 뿌리 내린 곳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후루룩 후루룩’ ‘쏘옥 쏘옥’
국수 빠는 소리, 국물 마시는 소리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 담양 관방제 숲길 따라 쭉 이어진 대나무 평상 위에서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면발을 들어 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담양의 진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관방천 물길과 나란히 흐르는 아름다운 숲길의 풍광도 일품이지만, 오로지 국수 한 그릇을 갈망하여 입소문을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외지인들도 많다. 수백 년 풍상을 묵묵히 견뎌낸 고목들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대숲과 강물을 적신 청량한 바람 솔솔 불어온다. 자연이 내어놓은 이 풍성한 잔칫상에 조촐하나 정이 듬뿍 담긴 국수를 올려놓은 셈이다. /전라도닷컴
위 내용은 지난해 7월 순수 우리 전라도 잡지 '전라도닷컴'에 게재됐던 관방천 국수거리를 소개한 기사다. 전라도닷컴에 소개될 정도로 관방천 국수거리는 이미 유명세를 탔다.
이렇듯 유명한 국수거리에서 관방천 천연기념물인 관방제림 1호가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진우네 집’ 국수는 담양은 물론 국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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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평상들이 즐비하게 나무 아래 펼쳐져 있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오래 전 잊혀진 고향집 풍경 같아서 정답기 그지없다.
대를 이어 국수 장사를 하고 있는 이집의 주인은 수더분하게 생긴 할머니나 인심 좋은 아주머니로 착각하기 십상이나 깊고 시원한 육수 맛처럼 접하면 접할 수 록 진국인 40대의 이진우씨.
이 집의 맛의 비결은 가장 비싸고 좋은 멸치만으로 국물을 내어 국수 맛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단골이 되고 마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궂은 날씨만 아니면 대개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평상에 앉아 먹는데, 아름답고 정겨운 천변 풍경을 바라보며 뜨거운 국물을 마시거나 고추 가루를 넣고 비벼내어 윤기가 흐르는 비빔국수를 먹기 위해 연신 젓가락을 하는 광경은 또 하나의 잊지 못할 풍경이 된다.
진우네 국수집의 역사는 담양죽물시장의 역사와 운명의 궤를 한다.
오로지 국수 한 그릇 갈망하여 먼 길 달려온 외지인들도 많아 본래 전국에서 가장 번성한 죽물시장이었던 천변에서 장꾼들의 끼니이자 요기였던 국수는 장터가 현대화되면서 옮겨가자 둑방 위로 올라왔다.
오일장 한 켠에서 훌렁훌렁 국수를 말아내던 천막집이 튼튼한 지붕을 인 붙박이 식당으로 변모한 셈이다.
굳이 진우네집이라 부르지 않더라도 "거어, 담양 관방천에 있는 국수집 있잖아~" 하면 다 통할 만큼 소문난 국수집으로 제방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국수거리를 대표하는 업소이다.
겨울에는 바깥풍경이 보이지 않는 게 좀 아쉽지만 하얀 雪빔을 입은 관방천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을 만끽한 후 맛보게 되는 국수 맛은 단연 白眉로 손꼽힌다.
또 진우네 국수집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국수가 나오기 전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힘겨워하는 손님들은 으레 이 집 특유의 계란을 까먹는다. 암묵적인 규율(?)이다. 이 규율을 어기고 있는 이들은 마치 걸리버 왕국의 소인국에 온 거인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껍질을 벗기면 갈색 빛 윤기가 자르르 도는 계란. 통상적으로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로 나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진우네집 계란에서만은 예외이다. 진한 멸치국물이 배어들어 흰자는 갈색빛이 돌고 껍질색깔과 흰자 색깔이 같아져 종국에는 맛도 찰지고 쫄깃해진다.
평범한 계란이 오랜 시간 진한 멸치국물이 배어들어 완성케 하는 큰 솥단지는 수북하게 계란이 쌓여 있지만 1800여개에 달하는 계란이 밑바닥을 보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이 집의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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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식탁에서 계란이 비어갈 무렵이면 등장하는 국수는 두 종류.
진한 멸치국물에 고춧가루 한 숟갈이 고명 역할을 하여 얼큰한 맛이 일품인 물 국수와 갓 삶아 내어 온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면발에 이 집 특유의 특제 소스를 첨가해 비벼낸 비빔국수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젓가락에 손이 가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40여년 되었습니다. 수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27년, 자리를 옮겨 10여년을 해오던 것을 제가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맛을 지키는 게 가업이지요.”
대를 이어 국수의 脈을 이어온 이진우 사장은 최상품 멸치를 맛의 비결로 꼽는다.
“멸치를 넣고 끓이면 좀 비린 맛도 나고 멸치냄새가 진동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 오래오래 끓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고깃국물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고기 한 점도 안 들어갔지만 고기 국물처럼 진한 국물 맛. 맑고 가벼운 국물 맛이 일품인 진국으로 변신한다”고 비결을 서슴없이 밝힌 이 씨는 면발은 가는 소면이 아니라 제법 굵직한 중면을 고집한다.
“면발을 삶는 데도 기술이 있습니다. 다른 집들도 각자의 노하우가 있지만 우리 업소도 밝히기 꺼려하는 비결이 있다. 비법으로 삶아 윤기가 자크르 한 것이 보기만 해도 집어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곳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들이 있다. 분명히 평범한 국수와 전국 어느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계란을 재료로 한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상대에게 너그러워 지며 비록 지갑에 천원 짜리 몇 장 없지만 억대 부자 남부럽지 않은 여유가 배어나게 하는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주말을 맞아 밀려드는 손님을 대하기 위해 가게와 평상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종업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사장님은요. 은행에 이자는 못내도 어려운 사람들과 독거노인, 열심히 땀 흘리는 어린 운동선수들을 위해서라면 하루 온종일 고생해서 번 돈을 다주고야 성이 풀리는 특별한 사람이다”고 고자질(?) 한다.
종업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주변사람들로부터 귀 기울이지 않아도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남 못지않게 부모님 속을 썩여 드렸지만 천년만년 자신의 곁에서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해 줄 것 같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세월의 흐름을 역행하지 못하고 하나둘 떠나면서 휑하니 남은 빈자리를 부모에게 다하지 못한 孝心으로 메우기로 작심하고 주위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熱孝 청년으로 변신한 것.
이 씨는 마을내 크고 작은 행사에 몸을 아끼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만행의 근본인 효를 실천, 주위의 젊은이들에게 효의 중요성을 재인식 시키는 상승작용의 원동력이 됨은 물론 불우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는 등 인정을 베풀어 ‘진우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또한 이씨는 홀로 살고 있는 노인들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3년 연속 효도관광을 실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 함은 물론 장사도 뒤로 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기 위해 여행지에 가서 정성껏 돌봐주는 등 ‘경로효친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대표적인 모델이 됐다.
특히 장사 수익금 일부를 쪼개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담양읍에 쾌척하고 있는 것을 비롯 추석과 설 명절이면 불우 독거노인들을 위해 알알이 사랑으로 코팅된 100만원 상당의 담양쌀을 구입하여 지원하는 등 불우이웃도 돕고 지역농민들의 어려움도 보살피는 一石二鳥의 효과를 거양하고 있다.
그리고 담양동초교와 담양중학교 배구 선수들의 아침 간식과 반찬을 365일 전담하고 있는 것을 비롯 배구후원회장을 맡아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담양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 역할은 물론 승패를 떠나 올바른 스포츠맨 정신을 함양토록 요구하는 등 배구 꿈나무 육성의 産婆 역할도 이 사장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다.
이밖에도 담양군통합체육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3사랑 운동의 전도사 역할은 물론 매년 봄소식과 함께 열리는 담양군선후배축구대회의 오랜 후원 및 대나무기 전국족구대회 등 크고 작은 체육 행사에도 보탬을 더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이씨의 선행을 지켜본 이들의 입에서 칭찬의 씨앗이 날개를 달고 퍼져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제12회 노인의 날 행사에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진우 사장은 “뒤늦게 철이 든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지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멀리서 나마 지켜보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 해주실 것 같은 부모님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삶을 살아가겠다”며 손님들에게 내놓을 국수를 삶아 내느라 초겨울에도 구슬땀이 흐른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