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뜰 때는 질 좋은 쑥 사용이 기본
지난 1월 광활한 천안문 광장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베이징에 다녀왔다. 중국중의과학원 산하 서원병원(西苑病院)에서 침구과 중의사(中醫士)들을 대상으로 무극보양뜸[無極保養灸] 특강을 했다. 서원병원은 800병상의 중의전문병원으로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처음에는 다들 살에 직접 놓는 뜸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했지만 얼마 안가 호기심으로 바뀌면서 서로 뜸을 떠 달라고 하여 강의실은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뜸은 이래서 참 재미있다. 말도 안 통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금세 벌거벗고 허물없게 만드니 말이다. 이번 특강에서도 어김없이 그랬다. 서원병원 교학처장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서원병원내 구당뜸 특진을 오픈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 사람들은 뜸쑥의 재료가 안 좋기 때문에 뜸쑥하면 뜨겁기만 한 것으로 알고 감히 피부에 직접 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내가 뜨는 뜸법은 쌀알 반톨 크기의 반미립대(半米粒大) 뜸으로 뜸자리에 직접 놓고 뜨는 직접구(直接灸)이다. 이런 직접구를 뜰 때는 무엇보다도 질 좋은 쑥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보통 뜸을 뜬다고 하면 뜸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욱한 연기와 냄새로 거부감을 일으킨다. 심지어 뜸을 오래 뜨면 폐암이 걸린다는 논문이 발표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베이징의 서원병원에서 있었던 일
뜸은 쑥을 살갗 위에 직접 놓고 태워 약 60~70°열도의 가벼운 화상을 입혀 살갗에 고름을 생기게 하는데, 이 고름이 바로 백혈구가 죽은 시체로 히스토톡신이라는 이종단백질을 형성시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3년 이상 묵은 쑥으로 뜸을 떠야 한다고 한 것은 피부에 가장 적당한 열도(60~70°)를 내는데 3년 이상 묵은 쑥이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천하제일 영초인 쑥을 가공해서 만든 미세한 뜸쑥은 다른 재료와 비교하면 인체의 피부나 조직에 대한 손상이 적을 뿐 아니라 상쾌감도 있고 적당한 열 자극을 조직에 침투시킬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오늘날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뜸쑥의 품질은 재료와 가공 두 가지 측면에 의해서 결정된다. 좋은 뜸쑥은 3년 묵은 쑥으로 담황색을 띄며 촉감이 부드럽고 섬유가 가늘고 고우며 잡물 없이 잘 건조된 것이다. 이런 뜸쑥일수록 연소 속도가 빨라 덜 뜨겁고 자극이 온화하다.
나쁜 뜸쑥은 이와는 반대로 어두운 잿빛으로 탁하고 윤기가 없고 자극이 맹렬하다. 이런 뜸쑥은 채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쑥을 사용한 것으로 촉감이 퍽퍽하고 섬유가 굵고 거칠며 잡물이 많이 섞이고 건조가 덜 되어 연소 속도가 느리고 자극이 강해 더 뜨겁다.
일반적으로 뜸요법하면 연기가 많이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간의 편견은 모두 이런 나쁜 품질의 뜸쑥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팽배해 있다. 좋은 뜸쑥으로 뜨는 뜸맛은 맛본 사람만이 안다. 1400여명의 뜸사랑 뜸요법사들은 모두 이 뜸맛에 힘든 줄 모르고 연간 15만 명에게 뜸 봉사를 하고 있다.
서원병원에서 내게 특진오픈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뜸쑥의 재료가 그들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를 뿐 아니라 좋은 뜸쑥으로 뜨는 뜸 맛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