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로 자활의지 북돋아요”




담양중학교 정문에 자리한 200여평에 달하는 대형 창고에서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함께 자연의 마음을 담아 도자기를 빚는 이가 있다.

담양지역자활센터(센터장 이동희)에서 운영하는 하늘타리 도예공방은 각양각색의 투박한 도자기들이 가득 널려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은 학력 기술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일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수 있는 여건을 지원 함으로써 참여자들이 일을 통한 성취감을 경험하고 자립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야생화분을 비롯 다기세트, 생활도자기, 소품을 빚어내는 희망뱅크이다.

때마침 작업실 안에는 초벌구이를 마친 자기에 유약을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실 맨 안쪽에 자리한 가마에는 정성으로 빚어낸 자기들이 1000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수강생들을 비롯 참여자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불의 혼이 내뿜어 낼 열기가 더운 여름 한 낮의 열기는 물론 活火山의 기운도 무색케 할 정도로 뜨겁다.

“밖에는 嚴冬雪寒이지만 좀 덥죠? 하지만 가마에서 그릇이 나오는 순간 그 기분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를 거예요. 같은 유약을 발라도 가마의 위치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거든요. 물론 가스 가마기 때문에 오묘한 색을 도자기에 입히는 전통 가마에 비할 순 없어요. 불도 하나의 혼이 있다고 믿는 거죠. 한 번 가마에 넣으면 어떤 색의 도자기가 나올지 모르거든요. 우리는 이걸 불심의 조화라고 불러요”라고 말하는 이씨의 이마에는 어느덧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이씨를 비롯 13명의 인원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전시용품을 제외하고는 가마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포장되어 주 거래처인 여수, 광주, 경북 구미, 경남 사천, 전주 등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처럼 하늘타리 도예공방의 제품이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은 자활센터에서 처음 시도한 야생화 농장이 모태가 됐다.
야생화와 어울리는 화분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가며 발품을 팔았지만 이 센터장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것이 없어 자신이 직접 제작키로 마음먹은 것이 계기가 됐다.

도자기와 전혀 무관한 삶을 영위하던 이씨는 지인들을 통해 소개받은 도예 공방을 찾아 기본기를 습득하고 전국 각지의 유명 도요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했던 소중한 경험들이 쌓아지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을 비롯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약 개발이 필수라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기존에 개발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유약을 사용하면 편리한 점이 있으나 자신만의 질감이나 색감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만만지 않아 한국요업기술원에서 실시한 교육을 받고 관련 책자를 구입하여 독학으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40여종의 유약 제조법을 터득, 전통의 질감에다 세련미까지 더한 자신만의 독창성 있는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유약의 성공으로 인해 원가 절감을 통한 제품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제품도 가능해 짐에 따라 이씨를 비롯한 공방 가족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도자기 제작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빚은 도자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동양화의 주소재인 蘭 을 비롯 대나무, 국화, 매화 등 사군자를 접목하고자 하늘이 둘 쪽 나도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전문가에게 개인교습을 받고 교육받은 것을 복습하기 위해 화선지와 씨름하다보면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부지기수였다는 것.

이런 이씨의 노력에 감동했던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도시화에 따른 아파트 문화의 중심인 거실과 베란다에 어우러지도록 독특한 색상과 남다른 디자인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던 것이 주효했고 나아가 ‘국적불명의 색감과 디자인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신념아래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점검했던 것들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화에도 심취하여 용, 호랑이, 말 들이 그의 작품속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고 소나무 껍질에서 힌트를 얻어 도지기 표면이 거칠면서도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살아있는 일명 ‘트인분’과 미니화분 및 쭈그리 화분은 하늘타리 도예공방의 얼굴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또한 일반 공방에서 900도의 저온에서 도자기를 구워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에 반해 이곳에서는 1200도의 고온에서 생산함에 따라 단단하면서도 독특한 질감에 처음 제품을 접한 이들의 마음을 빼앗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 자체를 수치로 여길정도로 고유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전국 자활후견기관의 견학 필수코스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씨는 수강생들의 작품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설 만큼 제자 사랑과 도자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유약의 농도를 맞추고 바르는 일부터 가마에 도자기를 넣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어 가지 않고 직접 챙긴다.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져요. 부드러운 흙으로 숨 쉬는 그릇을 만든다는 것. 일상에서 쉽게 쓸 수 있어서 전통 도자기 보다는 생활도자기가 더 매력 있어요. 정성들여 빚은 찻잔에 좋은 사람들과 차 한 잔, 생각만 해도 좋지 않나요"

도예가 이전에 자활센터장이기에 그릇의 쓰임과 가치를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이씨. 그래서 인지 그는 도자기를 빚을 때 실용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씨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삶을 살고 있다. 수강생중 일부는 이미 다른 공방에서 기술을 익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을 위해 자신의 성공과 실패담을 전수하는데 거침이 없다.

특히 독학으로 깨우친 유약 제조법을 전수하는데 주저함이 없어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은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지만 순수한 마음의 이씨의 열정을 접하다보면 어느새 그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즐겁기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자기를 빚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욕심을 버리는 법을 익혔다는 이씨는 가마에서 도자기가 깨지더라도 속상하지 않다며 도예가로서의 첫걸음이 마음을 비우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부린 욕심이라면 좀 더 다양한 기법을 배우기 위해 단국대에 진학한 것뿐이란다.
“이상하게 도자기를 빚거나 구울 때는 욕심이 없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는 욕심이 생겨요. 초벌 작업 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동양화도 더 배워야 하는 등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증거죠”라며 시종일관 겸손하게 말하는 이씨.

그만의 기법을 묻자 그는 “도자기를 빚으면서 손맛에서 오는 특유의 투박함과 소박함이 묻어나기 때문에 물레 기법을 비롯 코일링 기법, 판선형 기법을 좋아해요. 나만의 기법이라고 해서 틀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단지 선호하는 정도로만 큰 틀을 세울 뿐이죠. 저는 흘러가는 대로 제 혼을 빚는 도예가가 되고 싶어요.”

“투박한 도자기만큼 그저 주변 사람들과 정성을 다해 도자기를 빚고 싶다”는 이씨는 “앞으로 새로움을 시도한 도예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하며 흙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바삐 손을 놀렸다./정종대 記者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