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환(월산농협 전무)

한미FTA협상 타결을 앞두고 국내 농·축산농가의 불안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최근에 닥친 세계경제악화로 국내시장에도 여지없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농산물도 낮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어 전반적인 농업소득감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동안 가락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던 담양농산물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담양관내 작목반들이 고정출하처의 메리트를 잃고 여기저기 출하처를 옮겨 다니는 등 선호도가 점점 줄고 소비지 바이어들의 발길도 점차 타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더 이상 간과하면 담양농산물의 전반적인 선호도나 가격 면에서 아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을 "담양농산물의 최대위기"라 생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설원예농가의 의식변화를 통한 ‘담양농산물 새 이미지 회복운동’을 전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담양농산물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민들의 올바른 현실인식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고품질농산물 생산을 위한 원칙을 지키려는 농사꾼의 장인정신과 새로운 시장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재래유통시스템에서는 생산자중심으로 관행농업을 고수하고, 상품의 속박이나, 출하처와의 계약불이행도 눈감아 왔지만 지금의 신유통시스템에서는 시장소비자 중심으로써 상품의 안전성과 고급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거래처에서는 철저한 납품계약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담양농산물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규모화가 절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의 규모화는 동반하락이라는 대형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규모화 이전에 조직의 확실한 미래상과 여기에 적합한 구성원 그리고 절대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의 임원진이 먼저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딸기의 경우 지금처럼 20여 개의 브랜드로 출하되면 충분한 인지도와 상품성으로 경쟁력을 갖춘 몇 개 작목반을 제외하고는 ‘봉산, 담양, 월산 딸기사업단’으로 흡수·통합해 ‘대숲맑은 딸기’라는 공동브랜드로 서울 판매처를 공략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공동선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만큼 기존 사업단운영의 체계화와 철저한 검품에 의한 품질관리 및 등급의 차별화로 농사 잘 짓고 손해 보았다는 사람이나 적당히 등에 업혀 도움을 받으려는 농가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도 기회만 있으면 새로운 작목반을 구성하여 새로운 브랜드를 가지고 소비지 시장을 공략하려는 일부 농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누어서 잘 하려면 지금 소속된 조직 선두에 서서 작목반원을 설득하고 교육하고 상품성의 균일화와 고급화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제가 담양농협 전무로 있을 때 그동안 친분을 갖고있는 서울의 두세개 대형물류업체에서 납품계약을 요청해 왔는데, 당시규모로는 그들이 요구하는 물량의 30%도 충족시켜주지 못해 납품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취급물량이 규모화가 되어야만 소비지바이어를 불러올 수 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거래처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급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거래처(백화점)에는 고급품을, 중급상품을 취급하면서 많은 물량을 소화해내는 거래처(대형유통업체나 마트 등)에는 중급품을 차별화해서 판매가능한 거래처의 다변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담양농산물 옛 명성 찾기에는 상품의 균일화와 고급화가 필요합니다. 이 부문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단일화와 조직장(농협조합장과 사업단장)의 조직장악력이 절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기준에 맞는 식재와 재배과정에서의 통일된 작업실시, 정해진 약제나 기능성제제사용, 비배관리 등 조직자체의 결의를 준수하고 기준에 맞는 상품을 생산해야 하고, 유능한 판매사에 의해 투명한 검품이 이루어지면 생산농가는 자연히 높은 등급을 받기위해 기술습득이나 조직에서 정해준 작업방법이나 지정된 제제사용 등 이행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등급판정이 차별화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선별된 상품을 거래처별로 차별화해서판매하여 등급별 공동계산을 실시하게 되면 농사 잘 짓고 손해 본 사람도, 더불어 이익보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요즘처럼 공급물량 과잉시대에는 소비자 가격결정 요건의 첫 번째가 상품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농협중앙회가 도시주부를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딸기를 구입 시 고려사항으로 3명중 2명(67%)이 당도라고 했고, 다음이 가격(10.6%), 외형(6.8%), 향(6.5%), 색택(5.1%)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면 가격은 다음이라는 조사결과를 보았듯이 이왕 농사지으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가장 중요시하는 부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백화점에서는 일부러 고가상품 코너를 운영하면서‘명품’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소비지시장에서 공급물량 초과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무엇보다 소비자는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오로지 ‘차별화’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농가와 농협 그리고 행정이 하나가 되어 ‘조직의 규모화’, ‘상품의 균일화와 고급화’, ‘판매의 다변화’를 이루어 내는데 모든 역량을 다해 반드시 담양농산물의 옛 명성을 되찾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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