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최근 18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08년 한국사회를 가장 잘 반영한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 발표했습니다.

호질기의(護疾忌醫)는 '병이 있는데도 이를 꺼려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애써 남의 충고를 듣지 않으려 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호질기의(護疾忌醫)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자신의 저서인 통서(通書)에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이 망쳐지는데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데서 비롯된 사자성어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 해가 지나고 희망찬 새 해가 밝았습니다. 음력으로 치자면 아직 섣달이지만 성급한 마음은 이미 기축년(己丑年) 새아침을 맞습니다. 바꿔 말하면 암울하고 지긋지긋했던 지난해를 서둘러 떨쳐버리고픈 마음이 그만큼 강한 탓이지요.

지난해는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비롯된 촛불정국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가 싶더니 얼마 전에는 쌀직불금 부당수령문제가 불거지면서 도덕성 시비로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태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순박한 농민들은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고요.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담양은 군수가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는 불상사가 일어났고 곡성 역시 이런저런 사유로 군수가 송사에 휘말리면서 군정에 차질이 염려됩니다.

이런 와중에 담양군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직자청렴도조사 결과 '내부청렴도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와 함께 '부패조직'이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습니다. 윗물이 흙탕물인데 어찌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업자득이랄 수밖에 없지요.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예견된 결과가 아니었겠습니까? 호질기의(護疾忌醫), 문제가 있었음에도 애써 충고를 무시하고 병을 감춰 온 결과입니다. 안하무인이자 독불장군 식 군정운영이 빚어낸 필연적인 산물이기도 합니다. 교만과 오기, 편가르기식 정치로 점철된 민선4기 담양군의 단면이자 초상이기도 하고요. 무자비하게 짓밟고 보복하고 공포정치를 일삼던 동토왕국(冬土王國)의 말로라면 다소 지나친 표현일까요?

잿빛 쓰레기들을 모두 쓸어안고 2008년은 갔습니다. 그렇게 허겁지겁 서둘러 갔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찬란한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마치 붉은 혀를 낼름거리며 용솟음치는 한 마리 거대한 용처럼 말입니다.

새 해에 무언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매 해가 그러하겠지만 이번에 맞는 새 해는 보다 값진 의미를 담아두고 싶습니다. 증오, 갈등, 반목, 암울하고 부정적인 잿빛 단어들은 모두 녹여버리고 사랑, 화합, 평화, 긍정적이고 희망찬 핑크색 단어들로 우리 지역을 덮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새 해는 우리에게 이런저런 소망들을 건넵니다. 갈등과 반목으로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을 화합과 단결로 활짝 핀 얼굴로 바꾸어내기를 원합니다. 미움과 질시를 사랑과 애정으로 바꾸어내기를 또한 원합니다. 지나간 것들을 아쉬워하고 안타깝게 여기기보다 내일의 희망과 지역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를 원합니다. 사람으로 가슴아픈 사람 없이 사람으로 슬퍼하는 사람 없도록 우리 모두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불끈 솟는 저 태양처럼 뜨거운 가슴을 서로 서로 맞대며 살아갑시다. 더 이상 쪼개지고 갈라지는 일 없이. /한명석(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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