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군수가 뇌물수수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운데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상황을 고려할 때 아마도 이 군수는 갈 데 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시간벌기 놀음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3월 말까지는 버텨서 코앞에 닥친 보궐선거만은 피해보자는 심산인가 봅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근대기 바쁘고, 잠재적 군수후보들은 너나없이 표를 쫓아다니면서 손익계산에 여념이 없는 듯 보입니다.

이 군수가 지난해 11월 3일 열린 1심재판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되면서 군정은 권한대행체제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이 2월이니 벌써 4개월째 군정이 권한대행체제로 가고 있는데도 군민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담양군에 군수가 없는 채로 다시 1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보낼 수도 있는데도 의회나 정치권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굳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들도 잘 알다시피 권한대행체제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혹여 군수부재로 인해 파생될지도 모를 이런저런 우려에 대해 걱정을 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를 타락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인들의 타락입니다. 예전에는 설령 목숨이 걸린 일일지라도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담양사회에서는 이같은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내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그릇된 것을 그릇됐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다면 향후 어떤 정치지도자가 나와서 정치를 하더라도 담양은 타락의 늪에서 결코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솝우화에 ‘고양이목에 방울달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쥐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고양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중 한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고양이의 움직임을 미리 알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자 다들 좋은 제안이라며 이를 채택했습니다. 그 때 늙은 쥐가 어떤 방법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묻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우화는 ‘말은 쉽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어려운 일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누군가는 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담양군수와 비슷한 케이스로 구속된 임실군수에 대해 지난달 23일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자 다음날인 24일 임실군의회는 군수의 용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일부 임실군민들은 “임실군의회가 군수 사퇴촉구결의안을 내놓아야지 용단 촉구가 뭐냐?”며 오히려 의회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부정을 저지르고 유죄판결이 내려진 군수에 대해 용단을 내리라고 한 것은 군의회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임실군의회 의원들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정섭 군수에 대한 연민도 있습니다. 온전치 못한 몸으로 추운 겨울 고초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 군수가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우고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걱정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분명 5만 담양군민들에 대한 윤리적 배신이며 주권을 무시하는 무례한 행위라고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제 이 군수도 그동안 자신의 행위로 인해 실추된 담양군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담양군의 주인인 군민들에게 주권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 길만이 담양군의 퇴보와 공멸을 막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한명석(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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