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찬 군수권한대행은 지난 겨울 눈이 내린 날이면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혹시라도 폭설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까봐 새벽에 일어나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직접 취약지역을 찾아 삽을 들고 모래를 뿌려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과와 재난관리과는 물론 농정과 등 재해 관련 공무원들은 혹시라도 늦장대응으로 지적을 받을까봐 눈 만오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출근길에 추돌사고라도 나거나 걷다가 미끄러워 넘어지면 이유여부를 막론하고 손가락질은 당연히 공무원들이 받는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 싶게 사고다발지역에 제설작업이 이뤄지고 인적이 드믄 고갯길에 모래가 뿌려졌으면 칭찬보다는 이를 당연시하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다. 그래도 주민들의 불편을 헤아려 미리 안전조치를 취한다면 '위민행정'은 멀리 찾을 필요가 없다.
그나마 지난 겨울 주민들이 눈이 내려도 걱정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주영찬 군수권한대행이 앞장서서 '삽'을 잡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처럼 자치단체장이 '행동'이 아니라 '말'로 해도 공무원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결론은 쉽지 않다고 본다.
자칫하면 '위민행정'이 아니라 '전시행정'이라고 욕을 더 먹는 경우도 많다. 여전히 공직사회에 구태가 만연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흔히 남이 어려우면 '경기침체'고 내가 힘들면 '불황'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월급생활자를 막론하고 너나없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 물론 일선 지자체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 지자체에서 대출을 알선해주고 이자를 일부 보전해주거나 각종 공공공사 물량은 상반기에 집중시켜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완화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지방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뜻은 좋지만 왠지 상투적이다.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지도 의심스럽다.
한 예로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여러명의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은 채 아무리 경기부양을 한다고 좋은 시책을 쏟아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오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소기업인이나 서민들이나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에 힘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 위기라지만 여전히 '철밥통' 소리를 듣는 공무원들이 경제위기의 실상을 얼마나 알까 싶다.
이웃 일본만 해도 세수가 크게 줄면서 지자체가 초비상이라고 한다. 가나가와현, 야마구치현, 후쿠시마현, 오카야마현 등은 지사는 물론 공무원, 경찰관, 교직원등 현 사정에 따라 급여를 삭감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에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로 궁금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기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하려면 자치단체장이 먼저 삽을 잡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 살리겠다고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양상용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