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법안 심사 앞두고 사안마다 견해 엇갈려

미디어법 등에 가려졌지만 4월 국회에서 주목해야 할 심사법안이 있다. 한국농업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농업협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농식품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부와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발의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을 심의하기로 했지만 농협법은 심사하지 못하고 비료관리법 등 다른 법률안만을 심사했다.

법안소위가 끝난 후 법안심사소위위원장인 이계진 한나라당의원은 민주당의 농협법 심사 지연을 강하게 비판하며 조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정부와 강기갑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법률안은 농협의 구조뿐만 아니라 한국농업의 장래를 바꿀 내용들이 많다.

핵심 개정 내용 중 하나는 지역농협의 업무구역을 현행 읍면에서 시도(정부안)나 시군(강기갑 의원안)으로 확대하여 조합원의 조합선택 범위를 확대하고 규모를 키우는 내용이다. 지역농협 사이에 적절한 경쟁을 유도해서 농협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개정안이다.

이 내용은 한국농협이 50년을 유지해온 뼈대를 흔드는 내용으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반대론자는 무분별한 구역확대로 조합원과 조합원, 조합과 조합 사이에 갈등과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조합을 살리기 위해 출혈경쟁이나 인위적인 조합원 빼오기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개정 내용은 일정 규모 이상 조합은 조합장을 비상임화하는 내용이다. 일선 조합의 사업규모가 커지고 경영 전문성이 필요해 선출직 조합장에게 경영을 맡기기 어렵다는 개정 논리다.

이 개정 내용은 일정규모 이상의 조합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있고, 현직 조합장의 이해관계와 부딪치는 조항이다.

정부안은 농협중앙회장의 직선제를 폐지하고 중앙회장을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를 도입하고 있다. 중앙회장 직선제는 1988년 조합 중심의 중앙회 운영과 조합원의 민주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간선제로 하게 되면 중앙회장 선거에서 지금보다 더 심각한 선거 부정과 대표성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가 크다.

현행 직선제는 약 1000여개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고, 대의원회 간선제는 200여명의 대의원이 선출하게 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이 외에도 많은 개정내용과 쟁점이 있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이계진의원실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안에서도 회장과 임원, 이사회, 직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조합장과 농민의 이해도 다르다.

현행 농협법 개정안은 정부가 농협개혁위원회와 의논한 최선의 법이다. 국민들이 농협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은 4월 국회에서 하루 빨리 이 법을 심사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속한 심사와 통과를 촉구했다.

농식품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개정하는데 시간표를 정해 놓고 할 수는 없다. 농협중앙회장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는 정부개정안은 문제가 많다. 중앙회장이 비리를 저질렸다고 직선제를 바꿀 수 있는가? 대통령이 일 잘못했다고 대통령 직선제를 바꾸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선거인단이 200명인 간선제로 가면 더 심각한 부정 비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며 정부안인 중앙회장 간선제에 강력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강기갑의원실 관계자는 농협 개혁은 1994년도부터 논의했고 농협법 개정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 법 개정 작업은 1단계이고 2단계는 근본적인 농협 개혁인 신용 경제사업 분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협은 산지 농산물 판매량이 농민 생산물의 10% 밖에 되지 않고, 약 76% 정도는 신용사업에 집중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2단계 개정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말에 맥킨지 용역자료인 “농협의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전략”을 발표했고 핵심내용이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되 종전 농협자산의 80%는 신설하는 금융지주회사에 주고, 나머지 자산의 20%만 경제사업분야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강기갑의원실은 이 안은 농협의 중심사업인 경제사업을 고사시킬 수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에 농협의 경제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안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지금 농식품부의 태도라면 보다 중요한 2단계 개정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1단계 개정 작업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의 협동조합은 중앙조직은 지원만 하고 회원조합이 판매해서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한국 농협은 중앙회와 지역조직이 서로 경쟁하고 농민 생산품 중 일부만 농협이 구매하는 구조라 협동조합 본연의 업무인 경제판매사업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법 개정 작업이 복잡하게 얽히는 가운데 조배숙 민주당의원도 지난달 23일 지역농협의 구역을 시군단위로 확대하는 등의 농협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의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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