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무지, 등록문화재가 돌덩어리로




담양군이 소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 등록문화재인 옛 돌담장 수십m를 일방적으로 철거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창평 주민들에 따르면 이 사업을 맡은 D업체가 지난 14일 굴삭기를 동원, 창평면사무소 뒷편 높이 1.6m, 길이 30m 가량의 돌담장을 포크레인과 인부를 동원해 철거했다.

업자의 무지로 인해 철거된 돌담장은 문화재청 265호 등록문화재인 삼지천 돌담장의 일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원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어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인 창평의 고풍스런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특히 2층 고택과 함께 슬로시티를 대표하는 옛 돌담길의 경우 500년이 넘는 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전면 개보수보다는 원형 보존이 특별히 요구되는 곳으로 인식되어 아쉬움을 더해 주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는 충분한 역사적 고증이나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수십m에 달하는 돌담을 허물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데다 창평면사무소 관계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철거작업이 진행 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문화관광과에서 지난 2월 20일 소공원조성공사와 관련, 문화재 발굴조사를 마친 후 공사를 시행토록 했지만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철거작업을 강행, 허술한 현장 관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철거과정에서 발생한 고사목을 현장에서 불법으로 소각, 환경의 소중함을 간과한데 이어 폐기물 처리비로 1472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어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민 A씨는 “업자의 욕심이 슬로시티의 이미지를 망가트렸다. 특히 설계에 반영되어 있다고 중장비를 동원해 돌담장을 허물기보다는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역사의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며 "더욱이 주민 의견도 듣지 않고 소중한 돌담길을 무너뜨린 것은 2년마다 이뤄지는 슬로시티 인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성토했다.


군 관계자는 "노후 담장과 시멘트 기와를 새롭게 정비한다는 취지에서 철거 작업을 벌였는데 시공사가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일을 추진, 이 사태가 발생했다"며 "모든 철거작업을 중단한 채 문화재 전문위원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빠른 시일안에 원형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고 해명했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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