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국제 합동 결혼 '우리는 글로벌 가족'



담양이 명실상부 국제도시의 선두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역사적이자 국제적인 사건이 지난 4월 19일 오후 12시 40분 담양신협웨딩홀에서 화창한 봄날 수많은 하객들의 축하와 함께 시작됐다.

축포와 꽃가루가 만발한 가운데 백년해로를 기약한 두 쌍의 선남선녀는 이제 국경을 넘고 문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에 섰다.

이 불세출의 행복한 사건 ‘형제 국제 합동 결혼 1호’의 주인공들은 형 조방원-랑티레이윙 부부와 조상원-제셀 부부. 형은 베트남에서 시집 온 23살 랑티 씨를 신부로 맞이했고 동생은 21살의 필리핀 아가씨 제셀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형 조방원 씨가 랑티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7년 국제결혼회사 PIM을 통해 직접 베트남에 가 선을 본 때이다. 국제결혼 정보회사인 PIM은 형 조방원 씨의 친구이자 자신도 직접 국제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충섭 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이어서 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베트남까지 한 걸음에 날아간 형 조방원 씨는 랑티 씨의 수수함과 고운 마음에 한 눈에 반해 그녀와의 한 평생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와 8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2008년 7월 랑티 씨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이 둘은 그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과 함께 가마골로 유명한 담양군 용면 용연리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형의 행복한 모습을 본 한 살 동생 조상원 씨도 이때부터 국제결혼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한국말은 서툴지만 자신을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는 어린 나이의 형수에게서 자신감과 국제결혼의 정감을 얻은 동생 상원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구본일 씨(구일건축)의 소개로 2008년 9월 신부인 제셀 씨를 만나게 됐다.

구본일 씨도 필리핀에서 온 신부를 맞아 행복한 신혼살림을 꾸리고 있던 터였다.

신부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을 필리핀도 알았을까. 동생인 상원 씨의 결혼은 제법 일사천리로 진행돼 2008년 9월 신부인 제셀 씨를 처음 만난 뒤 6개월 만에 제셀 씨가 입국하게 됐다.

하루라도 빨리 신부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가며 우여곡절 끝에 신부를 맞은 형과 동생은 낯설은 이국땅에서 조금이나마 마음 붙일 수 있도록 신부들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생각하게 됐고 이에 각기 다른 나라에서 남편의 나라 한국을 찾아 날아 온 랑티 씨와 제셀 씨지만 신랑들의 이런 따뜻한 마음에 힘을 얻게 됐다.

두 형제 모두 한 날 한 시 결혼했듯 신혼집도 한 지붕 아래. 가마골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게 됐다. 3형제 중 장남인 봉원 씨만 읍내에서 살고 이제부터는 한 지붕아래 세 나라사람 세 가지 문화가 섞여 이야기꽃을 피우게 됐다.

형인 조방원 씨는 아버지 조종만 씨와 어머니 최정자 씨가 운영해온 ‘민속식당’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고 동생인 상원 씨는 전공을 살려 계속 통신설비 사업을 꾸려갈 예정이다.

이제 더위를 피해 가마골을 찾은 피서객이라면 이집 간판메뉴이자 한국의 매운맛인 닭볶음탕을 이국의 며느리들의 솜씨로 대접받을지 모르겠다. /서영준 記者



▲ (왼쪽부터) 동생 조상원-제셀 부부, 형 조방원-랑티 부부. 한국에 온 지 10개월이 된 랑티 씨는 현재 임신 6개월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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