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담양교육청 공동, 가사문학 본류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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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역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담양교육청과 공동으로 ‘부모와 함께 하는 가사문학기행’을 실시했다.(사진)
9일 담양관내 중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가사문학기행은 가사문학의 효시로 불리우는 상춘곡의 저자 불우헌 정극인 선생이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정읍 칠보면 시산리 원촌마을을 시작으로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과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을 찾아 태산풍류에서 계산풍류로 이어지는 가사문학의 흐름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초여름의 날씨 속에서도 “하나라도 더 알고 가겠다”는 열의로 모두가 한 마음이 된 이 시간은 외국문화의 혼재 속에서 우리의 얼과 내가 사는 고장의 내면을 알아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보며 느끼는 우리의 가사문학
담양을 흔히 ‘가사문학의 산실(産室)’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담양 사는 사람이라도 담양을 찾은 손님에게 약간의 설명이라도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만큼 문학으로 다가온 ‘가사문학’은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멀고도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현장 실습을 나선 가사문학 기행단은 먼저 가사문학의 효시로 평가되는 상춘곡이 쓰인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현재 정읍시 칠보면을 중심으로 한 ‘태산선비문화권’으로 통일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의 유교주의적 정신을 조선시대까지 이어온 지역으로 서원과 효열정려각, 정자 등이 산재돼 있어 올곧은 선비정신은 물론 절의정신을 느껴볼 수는 곳이다.
이곳 태산문화권에 위치한 ‘태산선비문화사료관’을 찾은 기행단은 안성렬 관장으로부터 절조와 온후를 겸비한 선비 기질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불후헌 정극인이 상춘곡을 지은 배경과 송순의 면앙정가 등에 끼친 영향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어 태산군수로 재직한 최치원을 제향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이후 정극인 선생과 송세림 선생 등을 배향한 무성서원을 들러 서원철폐령에도 화를 면한 이유와 이러한 선비정신을 이어 받아 구한말 면암 최익현 선생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면앙정의 면앙은 무슨 뜻인가요?
가사문학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상춘곡의 태생지를 둘러보고 그곳에서 상춘곡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을 알아본 기행단은 다시 가사문학의 본류이자 문학정신의 정수를 꽃피운 담양 가사문학권으로 발길을 돌렸다.
담양으로 돌아온 기행단은 이제 담양사람이 아닌 가사문학의 뜻을 살피기 위한 문화기행단으로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당시 선비들의 풍류와 가사를 지은 작가들의 서정을 느껴보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의 정자문화와 가사문학의 총체를 한 곳에서 알아볼 수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은 의외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처음 찾아본 이들이 많았다. 여기서 한 학생이 이번 가사문학 기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면앙이 무슨 말이에요?” 이에 창평중학교 김경남 선생은 “면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말하며 앙은 땅에서 올려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뜻은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을 살핌으로써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이치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남 선생은 “가사문학을 알기 위해 면앙정가와 사미인곡을 외우는 것 보다 이렇게 현장에서 당시 작가가 살았던 삶의 흔적을 느껴보고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진정한 산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이번 기행을 자평했다.
관동별곡 등 가사문이 적힌 판을 떠 부채를 만들어 보며 가사문학을 좀 더 쉽게 체득한 기행단은 이웃한 소쇄원으로 향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소쇄처사 양산보가 가졌던 이상향을 함께 느껴보며 그가 현실세계에서 이루고 싶었던 선비문화의 정수를 시간을 넘어 함께 느꼈다.
시원한 대숲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우직하고 듬직한 소나무의 자태로 한국 원림의 교과서로도 손꼽히는 소쇄원은 학생들에게 돌 하나의 의미와 기와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소쇄원의 진면목을 일깨우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송강정의 송강은 왜 송강인가요?
맑고 깨끗한 소쇄원의 물소리를 뒤로하고 기행단은 “이곳이 진정 정자이구나!”를 외쳐볼 수 있는 송강정과 면앙정을 찾았다. 담양의 보물이자 후손에게 물려 줄 진정한 문화유산인 송강정과 면앙정은 잠깐이라도 없으면 살 수 없으면서도 그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와 같은 곳이다.
한 학부모는 “중학교 때 소풍와보고 수십년만에 다시 온다”며 “아들하고 같이 왔지만 소중한 기억을 되찾는 것 같아 더욱 좋다”고 학창시절 느꼈던 문학소녀의 애틋한 감정을 회상했다.
송명숙 해설사가 송강 정철과 송강정에 대한 낭랑한 해설을 이어갈 때 똘망똘망한 학생이 손을 들고 나섰다. “송강정인데요 왜 송강이에요?”
송 해설사는 “송강은 이미 알고 있는 데로 정철의 호이며 송강은 정철이 학문을 하며 자란 곳인 담양에 있는 강 이름으로 이곳 송강정에서 보이는 저 앞에 흐르는 강 이름이 바로 송강이다”고 그 연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이어 면앙정으로 장소를 옮긴 기행단은 면앙정 앞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서 부모와의 추억, 선생님과의 추억, 친구와의 추억을 만들며 짧은 하루였지만 가사문학의 배경과 당시 작가들이 느꼈던 정취를 상상하고 느껴보며 면앙정 계단에 앉아 기념사진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서영준 記者
(기행후기) .........................................................
“가사문학 승계되는 초석되기를”
박희만 담양교육장
2008년 3월 1일 담양으로 부임해 처음 느낀 것은 “담양처럼 찬란한 역사 문화가 그대로 숨쉬고 있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산자수려하고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이 고장에서 무엇인가 의미있는 교육정책을 펴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한국가사문학의 산실이자 정수가 이곳 담양이며 곳곳에 아직도 그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귀한 가사문학을 전문가 몇 분만 고수하고 있고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은 곁에 두고도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고귀한 문화가 사장되지 않고 앞으로도 이 고장 청소년들이 정신을 이어받아 승계할 수 있도록 담양교육청 특색사업으로 가사문학 교육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지도할 수 있게 했으며 올해로 2년째가 됐습니다.
작년에는 가사문학에 관한 장학자료 두 권을 발간해 각 학교에 보급하고 교과시간 등에 연계해 가르칠 수 있게 했으며 올해는 담양곡성타임스와 공동으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기행이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를 기회로 앞으로도 더욱 선조들이 즐긴 가사문학이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선비정신과 그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여러 교과에서 가사문학 연계되도록 할 것”
이현희 장학사(담양교육청)
그동안 사실 담양사람이라 할지라도 담양의 가사문학에 대해 자세히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또 문학장르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가사문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잘 못 된 것은 아닙니다만 관심이 많지도 않았던 것은 사실이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담양교육청은 가사문학을 교육과정에 연계해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장학교재를 발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번 가사문학기행은 ‘가정의 달’을 맞아 담양곡성타임스가 기획한 독특한 방식으로 오늘이 첫 시도였지만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며 반응이 좋아 좀 더 기회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더욱 현장형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과목에 연계하는 교육방법을 개발토록 연구할 것이며 지역민 모두가 가사문학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목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고향에 대한 소속감 키울 수 있는 계기”
왕순환 선생님(담양중 3-4반 담임, 국어)
담양중학교는 현재 ‘우리문화 얼 이어가기’라는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역의 정신과 문화를 교육하던 중 마침 ‘가사문학 기행’이라는 특색사업과 어울려 우리의 가사문학을 접하고 그 정신을 깨닫는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담양에 부임한지 5년째 접어들었고 주소를 담양으로 옮겨 담양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평소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고향에 소속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속감은 지역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만들고 이러한 원활한 교류는 교육활동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폭발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에게 좋은 면으로 다가가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내 고장을 지킨다는 것은 내 고장을 빛내는 일로서 앞으로도 많은 면에서 소속감을 갖고 고향의 얼을 이어가는 진정한 학교교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가사문학 기행은 참가 학생들이 발표대회에서 발표하게 해 그 효과를 증폭시키려 합니다.
“여러모로 뜻 깊은 시간이네요”
전미숙 학부모 (담양중 1 한재현)
저희 가족은 네 명인데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죠. 그런데 가족 모두 다녔던 여행과 오늘 가졌던 느낌은 색다르고 기쁘네요.
훌쩍 커버린 아들과 단 둘이 걸으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게 나눌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정취를 느끼니 그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가족이 모두 함께 움직이면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단 둘이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와 아들 간은 그동안 격이 없이 지내는 것 같아 엄마로서는 조금 서운했는데 이처럼 서로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가는 곳 마다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으로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이제 진정한 담양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수고해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마을에 대해 알게돼 기뻐요”
남진성(담양중 3, 학생회장)
저는 제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이 담양읍 향교리로 이사 와서 담양에서 살게 됐어요. 그런데 살면서 우리 동네를 ‘서우네’라고 하는 말을 몇 번 들어보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또 정확히 어떤 말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오늘 우리 마을 이름에 대해 알게 돼 기뻐요.
향교 옆에 위치한 우리 마을에는 원래 서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지만 아직도 그 이름은 남아 서원동네 서원동네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서원동네라는 발음이 변형돼 서우네라고 하는 것도 알았고요. 서원이 흥선대원군 때 서원철폐령 때문에 없어졌다는 것도 알았고요. 부모님하고는 같이 오지 못했지만 오늘 기행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추천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배운 선비정신을 깊이 되새겨 보고 앞으로 공부 많이 해서 우리 담양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조병우(담양중 3)
오늘 기행단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차피 집에서 뒹굴며 게임하고 있었을 텐데 친구들하고 함께 와서 구경하고 다니니 재미있어요.
상춘곡을 쓴 정극인이 산 곳도 가보고 그 사람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고 그런 것을 설명들으니 훨씬 쉬운 것 같아요. 또 선생님께서 옆에서 계속 설명해주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셔서 그게 제일 맘에 들어요.
오늘 나오면 어떤 일이 있을까? 재미있을까? 하고 고민했는데 후회가 안 되니 좋아요.
앞으로 가사문학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해서 친척들이 담양에 오면 제가 모시고 다니면서 설명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겠죠.
“부채만들기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김선태(담양중 3)
진성이가 함께 가자고 해서 왔는데요 소풍 온 느낌이고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솔직히 가사문학이 뭔지 잘 모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알아보고 싶어요.
가사문학관에 와서 설명을 들으니 너무 좋고 집에 있으면 게임하고 그럴 텐데 선생님이 말씀하신데로 하나라도 배우고 가려고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또 오고 싶어요.
특히 아까 해 본 부채만들기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집에 가서 부모님 드리고 제가 만들었다고 말씀드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