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정책 수립 · 사료품질 제고 과제 남겨


전남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료 수급 안정’을 진단했지만 일선 농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남도는 “지난해보다 조사료를 2배 이상 생산했지만 판로 걱정 없이 전량 판매 가능해 경종농가에서 306억원, 축산농가에서 1462억원 총 1768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남도가 ‘띄우기’를 하는 이유는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조사료 정책이 “피 같은 세금 출혈만 있었다”는 비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근래 3~4년 지속적으로 폭등한 국제 곡물가격은 배합사료 가격을 인상시켰고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청보리 등 조사료 개발에 적극 나선 결과 지난해 전남도에서는 재배면적을 2배 이상 확대해 18500ha에서 39만5000톤을 생산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청보리 같은 동계작물이 작년에는 80만 7000톤 생산됐으나 올해에는 124만 2000톤이 생산돼 54%인 43만 5000톤이 증가했다. 청보리의 경우 2008년 9000톤 생산됐던 것이 2009년에는 무려 4.4배인 33만 5000톤이 늘어나 43만4000톤이 생산됐다.

이를 보면 증가량의 대부분이 전남도에 집중돼 추후 적응이 쉬울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지난 16일 경남도가 올해 191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총 650억원을 투입해 조사료를 62만톤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혀 조사료 정책에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각 道는 도내에서 생산된 조사료를 제때 소비하지 못하면 조사료 가격파동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 도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사료 전반에 대한 예측이 빗나간 데다 작년 벼농사가 풍작을 이뤄 볏짚 수확량이 많아 청보리의 ‘윗방신세’는 면치 못할 것 같다. 볏짚도 작년에는 2007년보다 18만 7000톤이 늘어난 231만 5000톤이 생산되면서 ‘조사료 공급 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담양은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고 있다. 전반적 과잉생산 속에서 유독 목표량에 못 미친 청보리 생산량 때문에 수급조절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담양의 생산목표량은 13600톤이었으나 생산량은 13006톤으로 594톤이 생산량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약 1000톤 가량(2000롤)의 청보리가 축산농가에 배분되지 못하고 남았다.

전남도에 따르면 담양, 장흥, 영광 등에 도내 생산량 2.6%에 해당하는 10000톤(17000롤) 정도 잔량이 있으며 이는 7월 말까지 전량 도내에서 소비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축산농가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청보리가 좋은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들이 잘 먹지를 않습니다. 이삭이 패면 껄끄러워서 소가 잘 먹지 않고 곤포(=롤)를 트면 그날 다 소비시켜야 하기 때문에 허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은 과잉생산된 조사료의 가격하격을 기다리고 있는데다 수입조사료인 라이그라스나 알파파 등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어 청보리 구입을 더욱 망설이게 하고 있다.

한 축산농가의 말이다. “원래 청보리는 관리하기도 힘들고 소들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볏짚 먹이듯이 먹여서는 안 먹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료배합기에요, 청보리나 볏짚, 라이그라스, 배합사료 등을 알맞게 섞어서 줘야 소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먹습니다.

그런데 몇 농가 빼고는 사료배합기가 없으니 문제죠, 그래서 저는 소가 잘 먹는 라이그라스만 조사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사료가 이처럼 축산농가의 외면과 과잉생산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조사료경영체까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보리, 호밀, 라이그라스 등 조사료의 품질이 고르지 않고 질 낮은 생산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급 청보리나 라이그라스 한 롤(550~600kg)은 45000원 선. 그러나 호밀이나 하급 조사료는 35000만원에서 40000원 선에 거래된다.

담양군 관계자는 “현재 조사료경영체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 초기 청보리 한 롤 당 평균 55000원 정도로 판매될 것을 예상했으나 현재 10000원 가량 차이가 생겨 수지타산에 불균형을 호소하고 있어 몇 몇 경영체는 사업 포기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료경영체가 더욱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지정리 된 곳은 시설작물 하우스가 많아 조사료 단지가 집적화 돼 있지 않고 다랭이논이 많아 시간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조사료 수확 현황이 낮은 경영체에 대해서 패널티를 고려 중이며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사업비 5000만원 가량의 사료배합기(발효배합기) 보급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양축협 관계자는 이번 조사료 파동에 대해 “일단 조사료가 축산농가에서 환영할 수 있는 품질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며 두 번째는 조사료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장 올 가을 생볏짚 사일리지 생산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사료경영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하고 저질 볏짚사료보다는 양질의 조사료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절실하다”며 “많은 축산농가가 고품질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사료배합기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사료값 걱정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조사료 공급 과잉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영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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