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에 대한 오해와 무지

발 없는 소문이 천리를 가는 법이고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한두 번 눈 맞고 마음 맞아 내키는 대로 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환자와의 석연치 못한 관계 때문에 망신당하는 술자를 한두 번 보았던 것이 아니므로 나는 시종일관 모른 척 했다. 그래서 돌기 시작한 말이 “혹시 남자 구실 못하는 것 아니냐”였던 것. 그런데 말이 말을 낳아 나는 꼼짝 못하고 남자 구실 못하는 사내가 되어 버렸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치료하는 것을 유난히 물끄러미 보던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지금이야 알코올 솜도 흔하고 침술원도 병원처럼 깨끗하게 해 놓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 때도 나는 진료대를 놓고 그 위에 하얀 천을 깔았고 알코올 솜을 사용해 침 놓을 자리를 소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치료를 마친 환자가 내게 털어놓았다.

“선생님,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의심이라니요?”

“선생님 침이 하도 잘 듣기에 제가 잠깐 의심을 했거든요.” “무슨 의심이었는데요?”

“여기서 침을 맞으면 아픈 게 딱 멈추기에, 제가 얼마 전에 여기서 쓰는 솜을 몇 개 집어 갔습니다. 아는 사람이 큰 병원에서 일하는데 부탁을 좀 했지요. 혹시 솜에 아편이나 마약이 묻어 있는 게 아닌지 검사해 달라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지독한 통증이 어떻게 싹 가실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나는 허허 웃고 말았다. 그 사내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용한 사람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침뜸에 대한 오해와 무지가 깊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어서였다.

감사와 오해, 소문이 무성하던 원주 생활은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침구사제도가 폐지되면서 마감했다. 폐지된 침구사제도 부활운동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미인은 살결이 아름답다. 피부가 보드랍고 매끈하며 윤기가 난다. 잘 생긴 용모도 따지고 보면 고운 피부가 바탕이다. 피부가 곱고 윤기 있는 사람 치고 생김새가 반듯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아무리 이목구비가 반듯하다 해도 피부가 곱지 않고 꺼칠하면 별로 잘 생겨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의 외양적 아름다움에서 피부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생기가 솟을 때 아름다움은 피어오른다.

피부가 좋으려면 혈액 순환이 잘 되어야 하고 혈액 순환이 잘 되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절세미인이었다는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의 비결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미용법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독특한 목욕법도 그렇지만 특히 마사지와 지압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

마사지와 지압은 침구학에서 말하는 경락과 경혈의 치료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 아름다워지고 싶으면 성형외과에 가기 전에 침구사에게 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름다워지는 비결, 젊어지는 비결이 침구사의 손안에 있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세간에서 말하는 아름다워지는 비결이나 젊어지는 비법은 모두 침구의학의 경락 치료 원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워지고 젊어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침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가 아니다.

얼굴 피부가 까칠할 때 한 번 살펴보자. 목이 결리거나 응어리가 지지 않았는지. 또 목에 응어리가 있을 때 얼굴 피부가 까칠해지지는 않는지.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얼굴 피부가 까칠하면 목에 응어리가 있다. 그것은 경락이 흐르는 길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목은 얼굴로 이어지는 경락의 중요한 길목이니 목에 응어리가 생기면 당연히 얼굴에 순환장애가 일어난다. 목의 근육이 뭉치거나 결리면 근육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나 혈관, 림프관도 압박을 받기 때문에 혈액의 순환장애가 일어나거나 자율신경의 장애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얼굴을 아름답게 하려면 목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얼굴로 흐르는 경락의 흐름을 좋게 해 주어야 한다.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거나 지압으로 목의 결림을 풀어주기만 해도 좋아지지만 침뜸으로 경락의 흐름을 조절해 주는 것이 더 완전한 방법이다. 흔히 마사지나 지압을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말이 그렇지 실제로 해 보면 대단히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그에 비하면 침뜸이 오히려 간단하고 편한 방법이다. /김남수(뜸사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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