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모임에서 부안에 있는 능가산 내소사를 다녀왔다.

40여명이 함께하다보니 버스 안이 시끌벅적하다 나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야릇함에 참 묘한 희열까지 어렴풋이 느껴져 왔다.

이렇듯 사람은 사람과의 만남에서만이 감정이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사물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인간들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진정한 감동의 창출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곡성을 출발 2시간 쯤 지나 내소사에 이르니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문화해설사가 내소사 일주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 예약된 우리 총무의 역할이다.

우리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문화해설사를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둘러섰다. 그런 우리들에게 일주문 사천문 불이문을 해설하는 그의 입놀림은 틀에 박힌 능숙함을 넘어 이미 완숙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내소사 가는 길!
400미터 쯤 되어 보이는 전나무 숲길과 다른 지역의 산과는 무엇인가 조금 다른 것 같은 능가산의 묘한 풍치는 그야말로 자연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대자연의 한 단면이었다.

진정 물안개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상서로움과 함께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를 두고 해설사는 보편적인 용어가 아닌 차경(借景)이라고 표현했다.

차경(借景)!
주위에 경관과 정원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이미 있는 좋은 경치를 자기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빌려 쓴다는 의미의 차경....

다시말해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빌려 자기집을 꾸미거나 가꾼다는 의미인데 이렇듯 우리도 주변에 아름다운 사람들의 생각과 행태를 모방하여 늘 내 삶에 안고 살아간다면 어떠할까!

우리들의 최고의 행복은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방식, 또는 삶의 태도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좋고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이 모두 내 마음에 있음이며 사람의 가치 역시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방법론에 있는 것이다.

원효대사가 입당구법을 위해 당나라를 향하던 중 두개골에 괴인 물을 마시고 모든 것이 다 “마음의 현상”이라고 깨달았다는 절묘함이 여기서 나의 뇌리를 다시 일깨운다.

이왕 빌린다는 말이 나왔으니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간다는 "차계기환"이라는 사자성어를 살펴보자.

옛날 어떤 이가 친구 집에 놀러가 술을 마시는데 술안주가 부실하자 내가 타고온 말을 잡아서 안주로 먹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때 주인집 친구가 그럼 갈 때 무엇을 타고 갈것이냐고 묻자 “너희 집 닭을 빌려 타고 간다”고 답하여 하는 수 없이 닭을 잡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멋진 익살스러움에 삶의 여유까지 묻어난다.

물론 남에게 무엇을 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처럼 좋은 의미의 빌림은 더 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을법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빌리고 본받아야 할까?

유치찬란한 발상인지 모르지만 이런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일상에서 질서 지키는 일, 공공시설을 아껴 쓰고, 주차할 때는 다음 사람이 주차하기 용이하도록 배려하는 이타적 생활방식과 특히 요즘처럼 다문화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서 그들에게 우리 문화와 관습을 알려주고 삶에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부분이 아직도 그들에게 남아있다면 그 아픔 함께하려는 측은지심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김신환(곡성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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