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매가 전년과 비슷한 5만원선 유지
농협-RPC 경영 위협, 적정가격 책정 할 터
벼 수확기를 맞아 풍년가 대신 농민들의 한숨만이 가득한 가운데 농민단체와 농협, 농정부서가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이 집중됐다.
담양군은 15일 영상회의실에서 김동중 한농연담양군연합회장, 남봉희 농민회장, 윤중천 쌀전업농연합회장, 문규선·박만선 농협장, 이영배 농협군지부장 및 농정부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쌀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회의를 가졌다.(사진)
이날 농정관계자는 “올해 담양産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3만4267톤으로 이중 공공비축 3913톤을 비롯 농협 RPC 1만2800톤, 일반농협 4320톤, 농가 직거래 4757톤, 자가소비 7717톤 등 3만3507톤을 제외한 760톤(쌀 20kg 기준 3만8000포대)은 공직자와 유관기관, 출향인들을 상대로 판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논리로는 절대 설명이 안되는 생명산업인 쌀을 발전시켜가기 위해서는 저농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무농약 재배면적을 확대코자 농업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하는 등 농업 인프라를 확고히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쌀값 폭락으로 허탈해 하는 농민들의 시린 가슴을 안아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듯 농민단체장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이 회의장을 가득 메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봉희 농민회장은 "본격적인 수확 시기에 황금 들판을 바라보는 농민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쌀값 폭락은 대다수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생명산업인 쌀 산업을 무너뜨리고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실로 중차대한 문제이다" 며 “올해 농협 자체수매가를 최소한 5만원선을 보장해야 농민들을 파산 위기로부터 구해 낼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동중 한농연연합회장도 “정부와 농협에서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변동직불금제도는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모델로 대책이 되지 않는다” 며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서 수매가를 결정하는 한편 행정에서도 산지 쌀값 가격 지지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수립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윤중천 쌀전업농회장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이해가 안된다. 다행히 쌀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 그나마 희소식이다. RPC에만 한정해 택배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을 일반 농민들까지 확대 지원하는 한편 쌀값 지지를 위해 5만원을 기준으로 삼아 선지급금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수완 한농연 감사도 “연례행사처럼 쌀값을 놓고 농협과 농민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농협 경영이 어렵다고만 말하지 말고 경영상태를 공개하여 농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하고 담양을 대표하는 브랜드 쌀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종희 농민회 부회장은 “관내 농협 미곡처리장에서 우선지급금을 3만5000원에 결정,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인근 장성 진원농협으로 원료곡이 빠져나가고 있다. 농민들의 심리적 부담 해소를 위해 상향조정하는 한편 담양쌀이 저가미로 공급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성토했다.
농민들의 어려움 못지않게 농협들도 고충을 호소했다.
문규선 수북농협장은 “매입가격을 5만원선에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수북농협의 경우 6만개를 매입하여 저장 용량을 초과한 상태로 이제부터는 야적하거나 수매를 중지한 채 가공해서 판매해야 다시 수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농민못지 않게 농협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만선 금성농협장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매가격 결정은 지역농협장, 농협군지부, 행정과 조율해서 결정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 쌀 값을 좌지우지하는 강원쌀과 경기미도 올해 수매가격이 하향추세이고 低價米 취급을 받고 있는 전남쌀의 위상은 초라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며 “농협도 경영체로 임원진과 대의원, 조합원들의 합의점을 유도해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고 애로사항을 표출했다.
이영배 농협군지부장도 “관내 지역농협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전량 매입함과 동시에 농민과 농협이 상생 할 수 있는 적정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勞心焦思하고 있다” 며 “수탁판매 우선지급금을 4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나 쌀값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자체수매 시기를 당장 결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1시간 넘게 회의를 관심있게 지켜본 이들은 “올해 농사에 대한 기쁨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온 농촌들녘을 채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는 한숨과 절망만이 놓여있다” 며 “정부는 농협과 RPC 등 유통업체를 독려한다고 하지만 쌀값이 떨어져 보관료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예견되는 가운데 누가 쌀 매입에 나서려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 이러한 상황에서 아우성치는 농민들을 향해 이명박 정부는 ‘수확기 가격, 출하걱정 끝’이라며 농민들이 괜한 불안심리만 조장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후 “농민들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대북 쌀 지원재개와 법제화,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생산비보장을 통한 쌀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