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 포대 수매장, 한숨만 가득


"예전에 내 논 조금 농사지은 거나 지금 남의 논 빌려 많이 짓는 거나 수익으로 보면 똑같아. 쌀값이 곤두박질 쳐서 이제 농사짓느니 쌀 사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보면 돼."


“정부서 추곡수매 허면 뭐혀, 다 안 사주는디. 애기들 장난도 아니고. 여기 나온 사람들 다 마지못해 나왔어. 오늘 수매하고도 집에 50개가 더 있는데 자가소비해야지. 농협은 뭐든지 다싸?"


지난 30일 올해산 공공비축 포대벼 수매가 열린 대전농협 창고에서는 폭락한 쌀값에 대한 걱정과 MB정부와 자치단체, 농협의 미흡한 대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농민들의 얼굴은 어둡고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온 검사관은 쌀가마를 일일이 검사하며 등급을 매기느라 분주했지만 쌀값이 폭락한데다 정부 매입량은 많지 않아 예전 추곡수매 현장의 북적이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농민 A씨는 "정부가 쌀을 사준다지만 올해 지은 쌀의 전부도 아니고 오늘 가지고 나온것 특등 받아서 기분은 좋은데 호기있게 동네 사람들 막걸리 한잔 사줄 돈도 안된다" 고 말했다.
농민 B씨도 "예전 추곡수매를 하면 보관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야적도 했는데 갈수록 정부 수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매입가가 높고 낮은 것을 떠나, 양이라도 많이 사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농민 C씨는 "등급 간 가격차가 1000원밖에 안되는데 50가마 팔아도 5만원 더 받는 것에 불과하다"며 "매입량이 턱없이 적은 마당에 특등이나 1등이나 농민들에게 큰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논을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더 큰 시름에 빠졌다.

D씨는 "논 임대를 많이 한 사람들은 올해 폭탄을 맞은 거나 진배없고 지난해 직불제 한파 때문에 쌀직불금도 신청 못한 임대농들이 많다"며 "임대농은 그나마 농촌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 많이 하고 있는데 농촌에서 열심히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당장 빚더미에 앉게 될 판이다"고 걱정했다.

농민 E씨는 "정부가 서민경제 살린다고 예산을 펑펑 준다는데 서민인 농민들도 일한만큼의 돈은 벌게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담양군과 농협에서 농민들 어려움을 알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 F씨는 “각종 경비를 털고 나면 남는게 없다. 특등을 받아도 지난해 미곡처리장 수매가 5만2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매년 수매물량은 줄고 쌀값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정부 지원 없이는 이제 벼 농사는 희망이 없다.”

이처럼 추곡수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한결 같이 쌀값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비축미 수매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0kg 건조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만원 가량 값이 떨어진 마당에 농민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공공비축미 매입뿐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공공 비축미 매입가격은 40kg 건조벼 기준으로 특등은 5만630원, 1등은 4만9020원으로 일반 RPC 매입가보다 1만원 이상 높다.

새벽부터 추곡 수매 현장을 찾은 농민들을 위해 음료와 라면을 준비한 대전농협 관계자도 덩달아 한숨이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협에서 자체 수매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공공 비축물량이 적다보니 농협으로 수매가 몰리고 있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창고에서 수매된 물량은 40kg 총 3500포대에 불과, 창고 마당은 농민들이 차량과 경운기에 바리바리 싣고 온 볏가마를 제외한 공간은 농민들의 시름을 아는 잿빛 하늘만이 차지하고 있다./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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