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전 민주당 부대변인)

신종플루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유치원 학교 군대 할 것 없이 모두 비상이다. 옛날 같으면 원인을 알수 없는 괴질이 창궐한 꼴이다.

요즘이야 의학이 발달해 치료약도 금방 개발되지만 옛날 같으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의료업계나 의학 전문가들 견해를 빌리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이를 극복하는데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니 인류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동안 신종플루와 씨름해야 할 것이다. 하기야 몇 년 전만해도 걸리면 죽는 줄로만 알았던 에이즈도 더 이상 공포스럽지만은 않다니 신종플루도 마찬가지일수도 있겠다.

신종플루의 원인이야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환경오염 탓 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마구잡이로 이산화탄소를 쏟아내고 지구를 황폐화시켰으니 마치 그 업보처럼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재라는 이야기다. 조류인플루엔자니 광우병이니 하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자초한 재앙 아닌가. 제2, 제3의 변종 신종플루가 계속 나올 테니 아무리 타미플루를 개발해도 도로아미타불이다.

역시 근본적인 치료는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주창하며 환경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생태계 복원은 성장개념이 아니다. 지구가 하나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박혔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다행히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푸른 숲 등은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여기에 우리의 노력만 더해진다면 ‘돌아오는 농촌’이 정치적 구호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이 좋은 예다. 모든 것이 초스피드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천천히’를 모토로 선언한 운동이다. 슬로시티운동은 민간에서 시작됐다.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후보도시들을 접수해 심사해 선정한다. 16개국 111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슬로시티운동이 활발해 전남의 담양 신안 장흥 완도가 선정됐고 하동이 합류했다. 모두 슬로시티로 선정될만한 자격을 갖춘 곳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 마을, 부락이 전부 슬로시티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들이다. 그곳에는 수백년 내려온 전통과 문화와 삶이 어우러져 있다. 이런 곳들은 지금 보존하고 복원하지 않으면 후대에 물려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옛날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원형질을 보존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말 많은 4대강 사업이 착수돼 논란이 뜨겁다. 강을 살리자는 취지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반대론자들은 강바닥이나 판다고 강이 살려지겠는가하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강을 살리려면 강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물줄기를 살려야하고 그 시발점이 되는 동네 실개천부터 살려야하는 것이다. 어차피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4대강 사업에 뒤탈이 없도록 모두가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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