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4대강 사업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민주당의 당론은 4대강 사업 반대니 당소속 단체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당론에 따른 당연한 것이라고 했을까? 선거가 내년이니 이처럼 용기있는 행동을 감안해 공천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두 광역단체장이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을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다.

필자는 두 단체장의 영산강 기공식 참석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지역여론은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 쪽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단체장은 그같은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것 때문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당선됐다. 따지고 보면 두 단체장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정부예산을 따내 지역개발을 해야 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오지마라해도 가야할 일인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측이다. 국책사업이면 국책사업답게 당당하고 명분있게 추진해야 한다. 2012년까지 22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면 보통일이 아니다. 어쩌면 나라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를 사업이다.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그 돈을 다른 쪽에 돌리면 청년실업문제나 노인복지, 일자리창출문제도 해결될지 모른다. 이런 엄청난 일을 마치 무슨 시간표에 맞춰 건설공정 추진하듯이 밀어붙이려니 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여당 고위층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4대강 사업에 지역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걸려있으니 야당이 협조 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판이니 이를 소통과 설득의 자세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에도 조급증이 묻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기공식에서 “이 일대 민주당 의원님들이 마음은 있되 몸은 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를 두고 ‘이간질’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공세지만 일리있는 표현이다.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 깊숙한 곳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을 이 한마디로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 대통령이 이래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구나. 봐라, 내가 추진하고 이 4대강 사업에 양 시도지사가 참석하지 않았느냐, 이래도 이 사업에 반대할래? 하는 속내가 여실히 비쳐진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가 정치적 논란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이를 불편해 하는 민주당도 속이 좁아 보인다. 꼭 그렇게 대응해야만 했을까? 막말로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지역문제는 지역문제로 맡겨놓고 당 입장에서는 4대강 사업의 정책적 측면, 권역별 예산투입의 효율성문제나 환경론자들의 우려에 대한 대책 등에 집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세종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민주당의 곤혹스런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이고 4대강 문제를 놓고는 당론과 지역여론이 맞서는 꼴이 됐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단체장들이 지역사업과 예산 때문에 다소 경솔했지만 ‘MB어천가’를 좀 불렀다고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보기가 사납다. 대범하게 그냥 웃고 넘겼어야 할 일을 애써 트집을 잡아 긁어 부스럼을 내니 하는 말이다. /김정현(前 민주당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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