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 ‘호봉산’
“호랑이인가 표주박인가” 둘 다 호虎 호瓠
지난 1호에서 보았듯 담양은 그 자리가 팔도로 통하는 중요지여서 일찍이 도호부가 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같은 시대 근교에는 남원이 도호부였다. 부府에는 부사府使와 교수敎授가 관원으로 근무하나 현縣은 그보다 낮은 현령縣令과 훈도訓導가 근무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다시 보면 담양부에서 창평현 경계까지는 14리인데 아직도 이름이 남아 있듯 창평현의 원래 소재지는 현재의 고서면 고읍리古邑里이다.
‘옛 읍 터’란 뜻이 아직까지 남아 고읍리라 하고 있으며 (구읍舊邑이라고도 함)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고서면을 창평현 고현내면古縣內面이라 한 것을 보면 현청을 현재의 창평으로 옮긴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읍내로서의 기능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창평면을 두고 많은 책과 정보에서 “백제시대에는 굴지현, 통일신라시대에는 기양현이라 불렀다” 하는데 정확히 하자면 현재 고서면 고읍리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므로 그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굴지현과 기양현의 옛 터는 현재의 고서면 고읍리라 하겠다.
▲고서면사무소 (현재는 88고속도로가 고서를 횡으로 지나가고 있어 도저히 예전의 풍경을 알 수가 없다.)
굴지屈支의 ‘굴’은 ‘크다’의 의미를 가진 ‘구루’의 한자표기로 여겨지며, 기양祈陽은 구루>우루>울로 변한 것이 ‘울’이나 ‘울다’의 뜻을 가진 한자 ‘祈’을 빌어 쓴 것으로 보인다. 또 支나 陽은 ‘고을’을 뜻한다.
가외로 현재 창평현 소재지에 대해서는 “1793년 창평면 반룡산 밑으로 소재지를 옮겼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튼 이 고서면 고읍리에서 바라보기를 지형 상 현재 후산리 (후산은 後山과 后山이 섞여 쓰였음. 뒷메 또는 뒷뫼) 산을 고을의 뒷산으로 여겨 사람들이 부르기를 읍의 뒷산(뒷메, 뒷메)으로 불렀는데 이 산 아래 마을을 현재까지도 후산마을이라 하고 있다.
후산리는 1912년 창평군 북면北面 후산后山으로 있다가 담양과 창평이 합해진 1914년에 山德의 덕과 后山의 산을 따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山德理가 됐는데 이때 산덕리는 북면의 연동蓮洞과 후산后山, 상덕리上德理, 운월리雲月理 각 일부가 합해졌다.
이 후산마을은 이름에도 나왔듯 산 아랫동네인데 주변도 모두 산이어서 동쪽으로는 매물산(=목맥산木麥山, 몽매산, 광대산, 소맥산)이 있으며 그 동남쪽으로 호봉산 그 동남쪽으로 광대산이 있으며 경사가 심하다는 뜻의 까금산이 나오고 바로 뒤가 창평현이 된다.
한글학자 배우리 씨가 감수한 <담양고을 땅이름>을 보면 “매물산(목맥산, 몽매산)은 ‘안산’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안산’ 중에는 ‘안쪽에 있는 산’의 뜻으로 붙은 경우도 많다. 흔히 풍수적인 면과 관련을 짓는다.
풍수에서는 ‘안산(案山)’이 마을의 氣를 잘 보호해 주는 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매물산의 앞산이 이번 주제의 호봉산인데 경인년을 맞아 호랑이형국의 산을 찾았다가 낭패만 보았다.
1982년 한글학회가 펴낸 <한국지명총람 14 (전남편)>을 보면 호봉산을 설명하기를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의 동쪽에 있는 산으로 호랑이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지어졌다. 호봉산 오른쪽으로 목맥산(木麥山)이 있으며 목맥산 앞에 명옥헌원림이 있다”고 하고 있어 호字를 범을 뜻하는 ‘虎’자로 쓰고 있다.
그러나 후산마을 오영희 씨(79)는 다른 설명이다.
“선현들이 기록한 서지書誌를 보면 호봉산의 ‘호’는 표주박을 뜻하는 ‘표주박 호瓠’를 쓰고 있으며 아마도 산봉우리가 표주박을 엎어 놓은 듯 한 모양이라 그러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목맥산이 왜 목맥산인가를 알아보려다 호랑이를 닮았다는 호봉산에 대해 물어본 것이 돌부리가 되어 넘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각건대 향토사학과 한자에 조예가 깊은 후산마을 오영희 씨에 믿음이 더 간다. <한국지명총람>이야 전국의 많은 지명을 한 번에 조사하다보니 군데군데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담양땅 통틀어 사람을 노려보는 ‘호랑이 산’은 없고 몽실몽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산만 있는 것 같아 내심 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예닐곱 군데에는 범바위나 범골이 있어 기회가 되면 찾아봄이 재미있겠다.
또 담양에서 범虎 字가 들어간 지명으로 용면 비호재(飛虎峙)가 있으니 그곳도 한번 보고 ‘좌청룡 우백호’ 형국이라는 금성면 석현리도 가보아야겠다.
▲ 후산마을 오영희 씨가 손으로 표주박 호(瓠)자를 써보이고 있다. 오영희 씨 뒤에 호봉산이 보인다. 호봉산과 매물산은 대덕 만덕산부터 창평 월봉산을 지나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