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시끄럽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과 노동법 때문이다. 특히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통과시킨 노동법을 놓고는 내홍마저 일고 있다. 당에서는 윤리위에 이강래 원내대표가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을 접수시켰다. 한마디로 진풍경이다. 원내전략을 지휘하는 야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의 책임을 맡고 있는 같은 당 소속 상임위원장을 고발하다니. 과거에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금시초문이다.

요지는 왜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 환경노동위원들을 못들어오게하고 한나라당 의원들만으로 통과시켰느냐다. 물론 추미애 위원장 측에선 못들어온 게 아니라 안들어왔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공공연히 “최악이 한나라당안, 차악이 추미애 중재안, 차차악이 현행대로” 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니 정황으로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못들어온 것이 아니라 안들어왔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노동법 처리를 무산시켜 그간 유예되어오던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한 법이 현행대로 시행되면 현장에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건 말건 덤터기는 정부여당으로 갈테니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쪽은 책임지고 일을 처리했고 한쪽은 소극적이고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게 대응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황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다 심각하고 근원적인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채 떠넘기려는 민주당 내의 기류에 있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작년 연말 정기국회에서 보기좋게 완패 당했으면 새해 아침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마땅할 일이다. 주식회사는 대표이사가, 집안은 가장이, 정당은 지도부가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법이고 상식이다. 무엇을 잘못했고 어디서부터 대응에 실패했는지, 지도부 내 불협화음은 없었는지 하나 하나 따져봐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애꿎은 상임위원장, 그것도 지난번 전당대회 때 져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정치인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경고니 당원권 정지니 제명이니 출당이니 외쳐대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이 이를 두고 ‘누워서 침뱉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맞는 말이다.

옛날을 이야기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당이 이처럼 무책임하게 처리한 적이 있었는가 아무리 따져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무현대통령은 당무를 맡아 본 적이 없지만 작고한 김대중 대통령이 당무를 맡고 있었을 때라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아마 당 총재가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원내대표단, 상임위 의원단 연석회의라도 직접 열었을 것이고, 필요하면 의원총회라도 소집했을 것이다. 정치력이 필요하다면 당 중진들을 나서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 그런 절차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금년은 정권을 잡으려는 정당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6월에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이어 당의 진로를 가를 전당대회가 치러진다. 수권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놓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다. 금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총선 대선의 판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10년 정권을 넘겨주고 나서 다시 정권을 되찾아오느냐 아니면 또 한나라당에게 넘겨줄 것이냐 하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이처럼 중대국면에서 새해 벽두부터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인 민주당이 본말이 전도된 문제를 놓고 힘을 빼고 있으니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권력은 폐쇄된 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이런 이야기들도 그나마 민주당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나올 법한 정도라고나 할까. /김정현(전 민주당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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