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청·설계사 VS 금성주민·경찰 VS 가로수연대 ‘3자대립구도’로 번져
담양-순창 도로확장공사 중 불거진 가로수 이식 문제를 놓고 ‘삼각구도’가 형성돼 난항이 예상된다.
사업주관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20일 담양군 금성면 대곡리 潭-淳도로 현장사무실에서 가로수 이식문제와 도로 선형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문제가 된 금월교 옆 현장에서 제반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송범근 도의원과 김원기 담양군이장연합회장, 윤송촌 금성면이장단장, 최흥섭 대곡이장을 비롯 담양경찰서 김현희 교통관리계장과 가로수연대 관계자, 최형식 前 군수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자측에서는 주관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시공사인 (주)풍산건설, 감리사인 유신코퍼레이션, 설계사인 선진엔지리어링 관계자가 자리했다.
회의 시작 곧바로 사업개요를 설명하고 수정안을 내놓은 정장원 감리단장은 “기존 17그루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이식됐어야 했으나 주민 의견을 신중히 고려해 4그루만 이식하면 되도록 수정안을 만들어봤다.”며 안을 제안했다.
이어 설명에 나선 익산청 문광식 담당은 “설계 당시 주민과 농지 편입 최소화를 약속해 이를 실천하기 위해 현재의 안이 나왔으며 영산강과 가사천이 인접해 시공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의 최소 침해 관점에서 수정안을 만들게 됐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최형식 前 군수는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관광지로 곧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될 것이며 담양메타세쿼이아축제로 발전시킬 장소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고 설명하고 “계속 사업자측의 안만 주장한다면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해 직접 최적의 수정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현재 금월교 부근 삼거리(금월교차로)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시작되는 지점인데 이 지역에 높이가 십여 미터에 이르는 통로암거와 경사로 장벽이 생기고 양수장 옆 산이 헐리게 된다면 풍경이 전반적으로 헤쳐져 관광자원으로서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가치를 읽게 된다.”고 말하고 “가로수 훼손을 적게 하는 현재의 수정안보다는 전체적으로 현재의 노선을 직선화해 영산강 쪽으로 선형을 붙여 옮기는 대폭적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가로수연대까지 적극 지지하고 나서자 답변에 나선 설계사 선진엔지리어링 박용배 부장은 “현재 노선이 결정된 데는 첫째 주민들이 농지 잠식에 절대 반대한 결과이며 더 중요한 점은 금성면소재지방향에서 도로를 바라봤을 때 산이 깎인 절취사면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노선은 산으로 지나게 돼 마을에서 바라보았을 때 산이 깎인 면이 보이지 않는 ‘V字 모형 커팅’ 방식인데 노선을 변경했을 경우 ‘L字 모형 커팅’이 돼 산의 절취사면이 그대로 드러나 매우 흉한 모습이 되며 산을 피해 노선을 옮기는 것도 영산강과 가사천 때문에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송범근 도의원은 “지금의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설계 이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주민설명회가 없었고 전문가에 의한 설계 전 타당성 용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사안은 지엽적 문제에 얽매이기 보다는 모두의 의견을 종합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해결책이 도출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금성면 유송촌 이장단장은 “금성면민은 현재 금월교차로가 반드시 입체교차로로 건설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수정된다면 절대 반대한다.”며 앞으로 건설될 금월교차로가 입체교차로로 건설되어야 하는 것으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담양경찰서 김현희 교통관리계장도 “경찰도 금월교차로가 입체교차로가 돼야 한다는 데 적극 찬성하며 이는 작년 한 해 교차로 교통사망사고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며 “작년 한 해 교통사망사고 18건 중 15건이 교차로에서 발생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선진엔지리어링 박용배 부장은 “국도 24호선 潭-淳 구산은 국도 3등급으로 원래 입체교차로가 설치되는 곳이 아니나 주민의견을 반영해 입체교차로로 했으며 타 지역에서도 입체교차로를 반대했으나 지금은 사고 등 이유로 입체교차로를 원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설계된 노선은 주민의견과 지형적 구조, 하천 인근이라는 기하구조를 고려한 설계로 노선 자체를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며 “문제 구간은 속도 설계가 80km로 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선을 변경하려면 2km 정도가 함께 움직여야 하며 그렇게 할 경우 도로 구조 상 지반이 약한 영산강에 근접해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설령 노선을 변경해 산을 깎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을 지나 곧바로 가사천이 있어 이 역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최前군수는 이에 “문제는 두 가지 중요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낸 구역이 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담양소도읍계획에 들어가 있으므로 이와 연관해 고려했어야 했으나 이것이 빠졌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검토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설계 과정상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예산 문제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항구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며 예산과 재정적 문제는 결국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최적의 제3안을 다시 고려하자.”고 말했다.
풍산건설 현장사무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한 시간여의 토론을 마치고 금월교차로로 이동해 현장에서의 여건 설명과 토론이 이어졌으나 결국 익산청과 설계사, 마을주민과 경찰, 가로수연대의 ‘3자대립구도’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시공사가 이미 교각을 많이 만들어 버려 현재의 안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가 있는 부분으로 시공사 측에서는 노선이 변경되면 설계가 변경되는 것으로 설계가 변경되면 그만큼 사업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결국 수정을 반복하게 된다면 혈세 낭비의 새로운 지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영준 記者
▲ 익산청이 제안한 수정안. 익산청 관계자는 "수정안을 따를 경우 빨간색 원 안 4그루만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의 그루 수가 아닌 '교차로를 입체교차로 할 것이냐 야니냐'를 놓고 사안이 커지고 있어 해결책 모색이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