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복(전남지체장애인협회 담양군지회장)

내가 처음으로 국민연금공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7월 농어촌 연금이 시작될 때였다. 그때는 국민연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납부해야 하는것 정도로만 인식을 했다. 그 이후에도 ‘나중에 나이 들어 일을 할 수 없을 때 돈 조금 주겠지’라는 생각이 고작이었다.

지난해 겨울에 전남 장애인협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어렵게 사는 장애우에게 조그만 도움을 전하고 싶으니 추천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늘상 연말이면 어느 기관에서나 조그만 도움을 전하고자 하는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어렵게 사는 장애우들에게는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추천을 하였다.

그런데 다른 곳과 달리 국민연금공단 북광주지사 직원들은 추천받은 장애우의 실상을 직접 둘러보고 함께 아파하면서 위로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국민연금공단 북광주지사(담양, 장성, 광주 북구 관할)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고, 담양군 장애인협회 회장인 나로서는 장애인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1986년 12월에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6개월간 병원생활을 하고 그 이후로 계속 악재가 겹쳐서 두 딸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많은 방황을 했었다. 하루하루가 정말 고통이고 절망의 시간이었다. 그 때 나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 사람은 늘 내 곁에 있던 아내였고, 아내의 뱃속에는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지금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아내는 나보다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아내를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이후 자녀가 태어나서 나에게는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지금도 간혹 ‘그 때 아내가 곁에 없었다면 어찌됐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공단 북광주지사(지사장 한명덕)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살아온 나의 인생에 대해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강연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망설여졌다. 그러나 지사장님의 여러 번에 걸친 부탁으로 강연을 하게 되었고, 지사 직원들은 어렵게 결심한 나의 강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국민연금공단 북광주지사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오던 관료화되고 고유 업무만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었다. 얼마 전에 광주광역시 북구에 거주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북광주지사 직원들의 힘을 모아 4년간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여 올해 3월부터 연금을 받으신다는 모 일간지의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되었다. 이 중 장애연금은 가입 중에 발생한 장애에 대해서 지급되는데 장애1~3급은 연금으로, 장애4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2009년 12월 기준으로 담양군에서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약 5,800여명 가량 된다. 담양군의 총인구가 49,000명(외국인 포함) 가량이니 대략 담양군 인구의 12%가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제 곧 나도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앞으로 우리 자녀세대들은 지금보다 훨씬 노인부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나이 들거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힘들어할 때 국민연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혼자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나중에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돈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자식에게도 부담이 좀 덜어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보험과는 달리, 물가가 올라가면 그 만큼 연금액도 올려서 받게 된다. 국민들이 물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국민연금공단에서 중증장애인의 장애심사업무를 위탁받아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초장애연금에 대한 논의와 중증장애인 요양서비스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논의가 잘 되어 장애인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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