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행을 신중히 하는 것은 미덕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유교윤리가 지배했던 국가에서는 사람의 언행에 다소 지나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곤 했습니다. '언여기인(言如其人)'이라고 해서 말 그 자체가 인격을 대신한다고도 여겼습니다.

세치 혀를 여하히 놀렸느냐에 따라 인격을 달리 평가받았으며 심지어는 일신의 영달과 망신이 극명하게 갈리기까지 했으니 역사를 통해 그런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옛날 전국시대 소진과 장의가 현하의 달변으로 제후를 요리해 부귀영화를 누렸다면 殷나라 비간은 혀를 함부로 놀려 심장에 구멍이 일곱 개나 뚫려야 했고, 한생은 탕확의 형벌을 받았으며 사마천은 거세의 치욕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晉의 부현은 병종구입 화종구출(病從口入 禍從口出= 病은 입으로 들어오고 禍는 입에서 나온다)이라고 했으며 五代때의 풍도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입은 禍의 大門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본지 기자들은 ‘제3회 삼기면민의날’ 기념행사 취재차 삼기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취재 중 조형래 민주당 군수후보를 만났습니다. 민주당 공천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조형래 후보가 던진 말은 “당신들 그딴 식으로 하면 큰일 나, 조심해.”였습니다. 또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일방적으로, 편파적으로 보도하지 마, 그러다 큰 일 나.”

그런데 방정맞은 망상인지 모르겠지만 조형래 후보의 그 말씀이 제 귀에는 꼭 협박처럼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흡사 “너희들, 내가 군수 당선되면 가만 안 두겠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만 그렇게 생각했나 싶어서 동행했던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역시 같은 생각이었더라고요.

언론의 정당한 취재 보도활동을 두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편파보도니 일방적인 보도니 해서 헐뜯고 편을 가르는 성숙치 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날 차라리 연민을 느꼈습니다.

선거기간동안 언론보도는 후보자에게 있어서 민감할 수밖에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때로 언론보도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습니다. 대개의 후보들은 보통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에 앞서 먼저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몰아세우기 일쑵니다. 그렇지만 언론이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선거과정에서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려주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이 과연 무슨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9월 곡성군이 추진 중인 퇴비공장 건립과 관련, 농사일에 바쁜 주민들을 대신해 시위를 전개했던 심 아무개 씨 부부(삼기면 금계마을)가 항의차 군수실을 찾아가자 조형래 군수가 이들에게 “민주화가 너무 빨리 왔다, 이사를 왔으면 조용히 살아. 이사를 못 올 사람이 왔다. 세금은 얼마나 내느냐”는 등 인격모독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 내용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기자에게도 이 정도인데 하물며 일반주민에게 어떻게 했을지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문민정부 시절 YS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입니다. 모름지기 바람직한 지도자는 반대하는 목소리와 쓴 소리까지 수용하는 포용의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쓴 소리는 우선은 듣기 싫겠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지역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포용의 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주변에는 아부하는 무리만 들끓고 참된 인재는 그 곁을 떠납니다. 아부하는 무리에 둘러싸여 주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지도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입니다. /한명석(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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