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는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진흥시키며 기대 이상의 방문객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즐거운 레저관광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관광이자 소프트웨어 관광의 전형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아쉬운 것은 축제의 주인이 주민과 관광객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망각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의 수준은 이미 매우 높아졌다.
매년 13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하며 세계적인 축제와 명소를 방문하면서 선진적인 관광문화와 관광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지역축제에서 군수나 시장을 내세우는 타성에 젖은 식순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문객의 한 사람으로 축제를 즐기는 역발상이 주민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자세가 축제를 축제답게 만들고 그 지역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제12회 대나무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예년에 비해 단촐해졌다고 하지만 개막식과 폐막식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방문객에게 감동을 주는 대신 선출직들의 인사말과 내외 빈의 긴 소개에 묻혀 축제다움을 잃어버렸다.
이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국내외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나무축제가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해 심사숙고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 단체장을 위한 식순은 없다.
프랑스 니스카니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밤 화려한 카니발의 왕 퍼레이드이다.
퍼레이드는 바닷가까지 이르러 조롱거리인 왕을 화형 시키면서 불꽃놀이로 마무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축제에는 특별한 식순이나 시장의 인사말을 폐막식에 넣지는 않는다. 축제는 누구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의 감동을 위해서만 기획될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올리안스 마디그라 축제도 핵심은 도시 전역을 도는 엄청난 규모의 대형 퍼레이드이다.
관광객은 퍼레이드 차량위에서 던져주는 구슬목걸이인 비즈와 온갖 선물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조금 더 일탈적인 버번가의 테라스에서는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즈를 던지며 축제를 만끽한다.
이곳에서는 퍼레이드 중 뉴올리언스 시장이 퍼레이드 수레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한다. 행정기관은 편의를 위한 노력을 할 뿐 크게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최우수축제인 춘천 마임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춘천시장이 가족과 함께 평상복으로 참가하여 축제를 보다가 파라솔 밑에 가서 컵라면을 먹는다. 시장을 위한 식순도, 옆에 수행원도 없이 방문객의 일원으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렇게 참가하는 것이 축제를 이해하는 지자체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 애국조회형 개막식을 바꾸자.
모든 행사에서 개막식은 꽃이다. 올림픽의 개막식이 그렇고 월드컵의 개막식도 그렇다.
또 영화제의 개막 상영작이나 공연예술제에서의 개막공연으로 선정되는 것을 굉장한 영예로 생각하는 것도 같은 경우이다. 이처럼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그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감격적인 순간이다.
그래서 이벤트 연출가들에게 있어 개막식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짜내어 새롭고 창의적이며, 행사의 정체성을 한 순간에 드러내야 하므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연출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생겨난다. 그것은 환영사, 축사, 격려사 등으로 이어지는 말씀의 향연 때문이다.
통상 개막식은 1시간 정도의 짧은 이벤트이다. 이 짧은 이벤트에 그 많은 고견을 듣자니 다른 아이디어는 엄두를 낼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말씀들이 연이어지면서 우리의 개막식들은 모두 관례에 따른 의례로 치부되고 만다.
또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도 주요 인사들의 의전보다 우선하지 못하므로 단상과 단하는 엄격한 서열로 구분되고 개막식은 무겁고 딱딱한 애국조회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개막식은 지루한 행사로 낙인찍혀 자발적 참여자 보다는 동원된 참여자들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씁쓸한 경우가 반복되곤 한다.
대나무축제만이라도 개막식을 과감하게 한번 바꿔보자.
행사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개막식을 준비하여 개막식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그런 개막식을 해보자.
어떤 개막식은 준비된 행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행사 예고편형으로, 어떤 개막식은 행사의 정체성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적 아이콘형으로, 어떤 개막식은 참여자 모두가 즐겁고 흥겨운 대동놀이형으로, 그리고 어떤 개막식은 발칙한 상상력으로 참여자 모두를 놀래키는 깜짝쇼형으로.. 상상만 해도 즐거운 개막식, 개막식 자체가 이벤트가 되는 개막식,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여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는 개막식, 이런 개막식으로 바꾸어 가보자.
애국조회가 없어졌다 하여 국민의 애국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막식에 축사나 환영사를 하지 않는다 하여 행사를 축하하고 환영하는 마음이 없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상과 단하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았다 하여 존경심이 사라졌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단상과 단하를 엄격히 구분되는 애국조회형 개막식 대신 단상과 단하가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행사를 기념하고 축하하면서 모두가 주인되는 새로운 개막식을 담양에서부터 시작해 보자./정종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