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희(담양군농민회교육부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어찌된 것이 봄이 왔음에도 봄을 느낄 수가 없다.

5월, 예년 같으면 짧은 반팔 티셔츠의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봄을 만끽해야 할 시기에 마치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한다.

이런 이상기후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농업이다. 냉해와 일조량 부족은 곧바로 농산물생산량의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상 유래없는 밥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28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금년 일조량은 최근 40년간 가장적 은 반면 강수일수는 가장 많았고 4월말까지 겨울을 연상시키는 추운날씨가 계속되었으며 5월이 되었어도 봄을 느낄 수가 없다.

한국적인 이상기후 피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피해

이상기후피해는 어떤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 담양지역의 경우 지난 겨울에 시설원예농가의 피해가 심각했다. 주작목인 딸기는 꽃과 열매가 썩어 나가고 기형과가 늘어 생산량이 전년대비 40%가량 줄었다.

토마토, 방울토마토 또한 마찬가지로 기형과와 무름병 등으로 30%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박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착과불량으로 인한 1차 피해와 착과가 되었어도 발육상태가 좋지 않아 전년대비 60%가량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분자, 배, 복숭아, 감 등 과수작물 또한 수정이 되지 않아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작 농가 또한 냉해로 인한 못자리 피해가 늘고 있어 금년 쌀농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질적이지 않은 대책만 남발하는 정부

이렇게 피해가 확산되다 보니 지난 4월19일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의 주요 내용은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은 전국 3만여 시설작물 재배농가에 총 3,467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파비 64억(보조50억 융자14억), 농약대 42억(보조), 생계지원비 156억(보조), 고등학생 학자금면제 3천만원, 농축산경영자금 상환연기, 해당이자 감면 등이고 재해대책경영비를 별도로 융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피해가 시설채소뿐만 아니라 양파나 감자, 복분자, 과수, 보리 등 밭작물 전반에 걸쳐 발생했음에도 이번 대책에는 시설채소에만 국한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단지 재해복구를 위한 지원일 뿐 소득피해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셋째 재해지원비는 총 1567억원이지만 보조는 248억원으로 지원액의 17.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박농가의 경우 3,000평 기준 경영비가 1,737만원이 소요되는 반면 정부대책에따라 지원되는 대파비는 196만원에 불과하다.

이상기후로 이난 피해로 신음하는 농민에게 “빚 내줄테니 다시 농사지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농업재해보상법의 재정이 이루어져야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농업재해대책법에 의한 재해지원대책은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재해지원대책법에 따른 지원은 영농 재기가 아니라 생계구호적인 지원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농작물 피해액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10% 수준에 불과하고 이는 농작물에 대한 직접피해지원이 아니라 대파비, 농약비 지원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여 이상기후 피해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농업은 한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중차대한 산업이며 농업의 피해는 농민과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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