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한페이퍼텍이 소각시설을 증설하려 하자 주민들은 “열을 더 만들려고 증설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장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자원 재활용을 위해서라면 회사 내에서 발생한 자체폐기물은 소각해도 좋다”고 양보하며 “외부에서 폐기물만 들여오지 않는다면 증설하라”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한페이퍼텍은 돌변했다. 지역발전기금을 미끼로 주민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다 실패하자 얄팍한 꼼수를 세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비록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 사건이 끝났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담양군이 지방세 체납 이유를 들어 불수리를 고수하고 있고, 행정심판은 상급행정청에 의한 행정의 자기통제수단일 뿐 그 범위는 ‘행정’에 한하기 때문이다. 즉 행정심판과는 별개로 사법상 판단 또한 남아 있다.

더욱이 행심위가 판단한 것은 ‘담양군이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위법해 불수리를 취소하라는 것’이지 이를 계기로 ‘회사가 곧 외부 폐기물을 반입해 소각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한페이퍼텍이 작성한 ‘폐기물 처리시설 관련각서’를 보면 “폐기물 중간처리업을 하기 위한 외부 폐기물을 반입하지 않겠음을 각서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주민들은 ‘중간처리업을 하기 위한’ 문구는 간과하고 ‘외부 폐기물을 반입하지 않겠음을 각서 합니다’에만 눈길이 갔을 것이다.

이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하지 못한 주민의 과오를 주장한다면 이는 순박한 주민에게 법률전문가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실제 주민들은 ‘중간처리업’과 ‘폐기물 재활용’의 개념조차 명확히 구분 짓지 못하고 있었다.

담양군이 지방세법을 들어 용케 불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법관계에서의 대한페이퍼텍 행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볼 수 없다.

법원은 대한페이퍼텍이 작성한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끊어서 해석할 지를 판단할 것이며, 또 대표이사가 문서로 청년회와 주민자치위원회에 의사를 표시했다면 이 사건이 주민을 상대로 한 계약인지, 이에 따라 계약 위반이 성립할 것인지도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률관계를 떠나 기업의 윤리 의식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각서 문장에 ‘중간처리업을 하기 위한’이란 문구를 집어넣고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까. 밤이 낮같은 세상 주민들을 ‘눈 뜬 장님’으로 만들었으니 참 대단한 기업이다. 법정관리중이라는데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다.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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