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편 1
노인층 “한달 한번 임대료도 부담” 소형아파트 분양 절실
젊은층은 1억원 35평형 선호

"담양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란 물음에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은 대부분 '아파트 부족'을 꼽고 있다.
민선5기 공약사항이기도 한 아파트 증설 문제는 공통된 문제이면서도 그 크기와 분양방법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는 또 "아파트가 증설된다고 곧장 인구 유입과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어 판도라의 상자처럼 다음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증만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공무원 관외 거주문제는 인구유출과 맞물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방, 교육, 경찰공무원의 관외거주는 부당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외거주를 인용할 수 밖에 없는 지역 주택문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이며, 경제능력 없는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의 주거문제와 뒤섞여 혼합 양상을 나타내는 담양의 주택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지는 4회에 걸려 담양과 곡성의 주겨현황과 어려움 등을 진단해 보고 나아갈 바를 모색해 본다.<편집자註>

도시활성화 - ‘소프트와 하드’ 맞아야

인구 마지노선이 무너진 담양군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구 5만’은 행정체제와 정부지원 등이 걸린 현실적 마지노선이기도 하면서 군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한계이기도 하다.
담양군의 경우 1996년 인구 6만명 선이 붕괴되며 2000년에는 55000선이 붕괴됐다. 2008년에는 48949명으로 5만이 무너졌으며 지금은 47800명선이다. 그러나 이는 주민등록법상 인구이고, 담양군은 실질인구를 7000명 정도 적은 4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5만명 인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담양군은 지난 민선4기 군수 중도하차를 맞으며 5만명 선이 급격히 무너졌다. 이런 현상은 지방자치단체장인 군수의 정치적 입지가 인구 동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선거 전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 전입세대 현황.
지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곡성군에서는 전반적인 인구 감소 속에서도 유독 큰 폭의 선거인수 증가를 보인 지역이 있었다.
곡성 제4투표소 지역은 1149명의 선거인수가 감소한 반면 제2투표소 지역은 215명이, 제3투표소 지역은 805명이 증가해 모두 1020명의 선거인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증가는 해가 감에 따라 19세이상의 주민이 늘어나는 자연적 원인도 있겠으나 실질적 원인은 전입세대 유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곡성군 선거인수가 늘어난 지역의 전입세대수는 445건으로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선전하는 인구유입 성과물도 있다. 투자유치 성공에 따른 기업의 종사자들과 관계자들이 해당 지자체로 전입해 오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기업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신 그들이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되도록 유도한다.
담양군의 경우 전남도립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담양으로 주소 변경할 것을 권장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민등록법 상 생활의 주된 근거지로 주소를 옮기는 것은 법적의무인데도 돈을 줘 가면서까지 인구늘리기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나 유입책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면서도 정치적 상황에 쉽게 좌우되는 것을 보면 유연한 성격과 경직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단편적이거나 일시적 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구 문제의 양면을 충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필요하다.
그럼 소프트웨어는 무엇이고 하드웨어는 무엇일까.
담양군공무원 부인 최모씨(38). 그는 아파트를 ‘소프트’로 주변환경을 ‘하드’로 뽑았다. 교육이나 생활환경 등이 좋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며 그에 따라 아파트는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가 아무리 좋아도 주변환경이 안 좋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같은 반 학부형들이나 같은 처지 공무원부인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대부분 애들 교육이나 주변환경을 먼저 따져보지 아파트 좋은 것은 차후 문제입니다”
학부형 입장에서는 최우선 고려대상이 자녀의 진학과 교육문제다. 즉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좋은 대학만 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맹모삼천지교 정신’이다. 그렇다고 ‘맹모이론’을 그대로 담양에 대입할 수 없다. 진학연령의 자녀를 둔 세대만 보고 도시계획을 설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담양의 경우 현실문제와 거리가 있으며 광주나 타 지역에 나가 있는 담양의 인구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 관건이지 학생들의 대학진학문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 김용석(청전아파트)씨는 “주택에서 살다가 결혼과 동시에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분명 편리한 점은 있었다”면서 “아직 아이들이 어려 냉난방이 잘되는 아파트가 좋고 맞벌이부부 시대에 일손이 덜 드는 아파트가 제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추위나 더위를 덜 신경 쓰이는 것 말고는 아파트가 노후돼 불편한 점이 많고 주차난을 비롯 주변 환경이 좋은 편도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또 “같은 동에 사는 공무원들이나 주민들과 얘기해보면 이구동성으로 가정 형편 등으로 살고 있지 자녀진학문제 등을 고려하면 광주로 이사하고 싶다는 말이 주류를 이룬다”고 해 ‘청전’이나 ‘주공’의 인구 유지력은 자녀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입학하면 끝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담양읍 남초교 앞 ‘푸르美’. 이 아파트는 110㎡(33평형) 3세대, 120㎡(36평형) 12세대, 130㎡(39평형) 1세대를 분양중이다. 120㎡형 분양가는 3.3㎡당 450만원 선이다. 비교적 좋은 위치이나 인근에서 비슷한 크기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유리안 아파트의 미분양 세대가 아직도 남아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位 一體

청전아파트에 사는 재석(가명)이는 담양中 2학년이다. 아버지는 담양군공무원이고 네 살 터울의 큰형이 있다.
“어머니는 제가 창평고 가서 전남대만 들어가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세요”
지역명문으로 손꼽히는 창평高. 서울소재대학에 진학률이 높아지며 학교 명성도 함께 올라갔다. 지금은 지역학생 부가점을 받기 위해 창평중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처럼 인기 많은 창평고가 창평을 서울 ‘강남’처럼 만들어 놓았을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창평고와 창평은 철저히 별개다.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서 곧장 학교로 들어가고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은 교문 밖을 나서지 않는다. 학교는 철저하게 학생위주의 운영을 할 뿐이며 학교가 지역발전이나 지역활성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양상은 전남도립대학에서도 일어난다. 얼마 되지 않은 학생마저 기숙사 생활로 교내에 머물고 있으며 버스가 교내에서 회차하니 학생들 얼굴 보는 일이 거의 없다.
결국 담양읍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학이 담양읍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는 최초 계획은 ‘아마추어들의 달콤한 꿈’에 머물고 말았다. 현재 도립대 위치는 대학은 대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비춰보면 대학이나 명문학교가 곧바로 지역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담양을 두고 보자면 학교와 지역이 연관성이 낮다는 것이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광주의 강남 - 봉남’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 봉선동 지역이 그러하다.
현재 ‘봉남’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다. 그런데 1990년 중반 광주를 발칵 뒤엎은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성 폐기물이 매몰된 쓰레기매립장에서 침출수가 대량 유출된 사건이었다.
매립된 쓰레기양은 병원성폐기물 15만톤, 일반쓰레기 5만톤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광주 남구는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 매립장을 공원화할 계획이었다.
광주 남구는 먼저 전체부지 4270평 중 2780평을 경쟁입찰로 매매, 신세계에 224억원에 매각했으며 그 돈으로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고 인근에 남구 최대 공원인 석산공원과 유안공원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봉선지구가 개발되며 2007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앞둔 아파트업체가 서둘러 고급아파트 개발에 들어갔다.
이는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광주 주택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고 고급대형아파트 추세는 ‘명품 열풍’을 부추기며 고급 욕구에 목말랐던 광주의 부유층들을 끌어 들일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봉남’ 아파트 시세는 포스코더샵이 126㎡(46평)가 3억6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쌍용스윗닷홈이 141㎡(43평)가 4억2000만원대, 51평형이 5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모두 분양가의 두 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봉남’신화를 두고 광주 언론은 공통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
‘봉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마침 시대를 선도한 기업형수퍼마켓(SSM) 신세계 E마트의 입점이었다. 지금은 ‘동네마트사냥꾼’으로 불리며 경계대상이지만 당시에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확장시킨 새로운 문명이었다.
둘째, E마트 앞 6차선 도로를 경계로 ‘봉남’과 ‘봉북’으로 나뉘며 ‘봉남’에 명품아파트가 밀집됐다는 것이다. 이는 부유층의 독립적 경향과 차별화 성향에 대한 기호를 충족하며 고급아파트 지역으로 특화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앞장서자 학군이 뒤를 받쳤다. 동아여고, 문성고, 인성고 등 남구 학군은 광주를 전국고교 학력평가 1위로 이끈 주력학교로 말이 필요 없는 학군이다.
이처럼 3박자 즉, 3위 일체가 형성되자 소위 ‘돈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판검사, 변호사들은 법원이나 지산동이 가까워서, 고위공무원은 집이 좋아서, 사업가들은 학군이 좋아서.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이유로 녹아든다. 집도 좋고 학군도 좋고 살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봉남’은 현재 고급학원가를 형성하고 상권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집값상승이라는 시너지효과를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E마트 앞 6차선 도로를 경계로 확연히 갈린 ‘봉남과 봉북’ 양극화 현상은 보이지 않는 벽을 높여가고 있다.
(다음회 계속)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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