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론에 비친 千態萬象의 공무원 해외연수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봉합이 불완전한 장독에다 장을 담그다 보니까 구더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장을 담그지 않고 살수는 없었고 설사 구더기가 생기더라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즉 이 속담이 의미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에 사소한 부작용의 가능성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시작하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구더기가 반드시 생긴다는 전제는 아니지만 구더기가 생길수도 있고 안생길수도 있으며 만일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장 담그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중대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해외연수는 소관 업무와 관련해 선진 외국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추진 현황 및 운영 실태를 심도있게 파악해 정책수립과 시행에 활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의회에서도 해외연수를 실시한다.

그러나 매년 언론사들은 공직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약방의 감초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미 끝난 해외포럼에 참석하겠다는 명분으로 가짜 출장계획서를 작성, 외유를 즐기고 오거나 해외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리포트를 그대로 옮겨 연수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 및 해외연수를 빙자해 부부나 자녀를 동반한 여행 등 전형적인 불법 편법적인 연수행태에 대해 언론과 주민들은 공직자들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 문제점은 단편적이지 않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한 예로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보를 획득하거나 교육관련 활동을 한다면 당연히 공금으로 충당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형적인 관광기자 명승 유적지 관람에 비용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과거 해외연수의 포상성, 위로성 관행이 오늘날 까지 이어져 연수자들이 해외연수를 특권처럼 여기는 행태뿐만 아니라 연수목적의 구체적 설정이나 방문지, 기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보상차원의 의례적 행사에 따른 준비 부족과 기관방문 및 관계자와의 간단한 면담에 이은 사진촬영으로 할 것을 다했다고 환하게 웃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

언론에 소개된 몰지각한 해외연수 실태를 모아본다.

* 국외연수자 절반 이상이 보고서 조차 내지 않아


A시는 지난 3년간 3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국외연수비로 사용했고 시행된 공무원 해외연수 건수만 해도 총 598건인데 보고서 작성은 313건으로 절반 이상이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성 제출한 보고서 내용도 관광지 소개에 머무르고 간부급 연수의 경우 1인당 500만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했지만 연수 일정이 관광지 잡사 수준에 불과해 외유성 연수 빈축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여행사 관광상품으로 해외연수 떠나


B시 도시계획관련 부서 직원들은 선진국 도시계획과 도시개발기법 전수 명목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자 공무국외여행 허가를 얻었다.

그러나 여행사의 관광상품에 따른 일정 탓에 유명한 관광지 탐방이 주가되었고 기관방문지인 시드니 시청 방문 일정은 토요일에 잡혀 담당자와 면담조차 할 수 없었으며 대부분의 일정을 일반 관광객들과 함께 마운트 콕이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같은 명소 관광으로 소일했다.

* 지방의원들의 부실 해외연수


C군 의회는 터키, 그리스, 이집트 등을 방문했는데 이들의 연수일정이 여행사 패키지 상품과 유사한데다 실지로 복지관 한 곳을 제외하면 별다른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연수목적인 소각장과 오폐수처리장 견학은 방문 일정표상 확인이 불가능 하며 연수보고서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D구의회도 러시아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를 방문하고 돌아왔지만 연수계획서에는 동행 공무원이 없는 것으로 기재되었지만 실제로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의회 소속 공무원을 동행했다.

E구의회 역시 브라질 쿠리치바의 도시계획과 아르헨티나 도시환경을 벤치마킹하하고 남미를 방문한 후 연수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이들이 장성한 보고서는 수년전에 발표한 연수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고 주요 방문지들도 구정 정책 자문단이 연수를 다녀온 곳이어서 연수 목적지 선택에도 문제가 있음을 반증했다.

* 연수간 김에 가족상봉

F도 공무원 A씨는 수자원 생태공원 선진지 연수 목적으로 3명의 직원들과 함께 미국행 연수를 계획했다.

연수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A씨가 텍사스에서 학업중인 딸을 만나겠다고 하자 부하직원들이 시애틀시청, 캐나다 밴쿠버 환경청 방문 등 처음부터 방문할 계획조차 없던 곳까지 일정에 포함시켜 수천만원의 돈을 쓰고 왔지만 실제로 연수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정수 하수처리장 한곳에 불과했다.

* 의회 소속 공무원은 반드시 대동

G 의원은 선진 외국의 지자체를 방문, 문화와 제도 시설 및 환경 견학으로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수집하겠다고 북유럽 4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방문 일정이 원로원 광장, 시벨리우스 공원, 송네피오르 등 관광지 일색이고 지자체 방문은 스톡홀름 시청사와 국회의사당, 코펜하겐 시청사 등 일반 관광지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빈약했다.

특히 단체장들도 연수시 수행비서를 대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G 의원은 안전을 이유로 의회 소속 공무원까지 대동해 조롱거리가 됐다.

* 지자체 재정상태 열악해도 연수는 다녀와

H의회는 의장을 포함해 6명의 의원들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4개국 연수를 다녀왔다.
서구 주요 도시를 방문해 폐기물 처리시설 견학과 함께 자기 지역 주요 시설의 개선점을 찾는데 주목적을 두었다고 명분을 내세웠으나 유럽 관광여행에 유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지자체 재정평가에서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도내 최하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일감정 악화는 뒷전

I시의원과 공무원 20여명은 사회복지 발전과 우호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의 한 도시를 방문했다.

이들은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 센터를 보고 왔지만 생태공원 우에노공원 도쿄도청 전망대 방문 등 관광지를 포함해 외유성이라는 지적과 함께 당시 일본이 교과서 학습지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영유권을 기술한 것과 관련해 국민감정이 악화돼있는 상황에서 떠난 연수여서 비난 강도가 극에 달했다.

이처럼 관광성 해외연수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공무원과 의원들이 문제있다’라는 식의 비판에 앞서 해외연수에 대한 자료를 마련하고 목적있는 해외연수로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또한 선출직 의원들의 경우 선거기간동안 항상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던 약속이 의정활동 기간 내내 지켜 질수 있도록 해외연수에 대한 준비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연구하고 토론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연수 계획에 대해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배운 내용들은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년전 한국언론재단에서 공모한 해외취재에 뽑혀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및 대기업의 SSM 진출에 따른 대책에 대해 1주일간 영국 전역에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 연수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 일행을 안내한 분은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가이드로 일반적인 안내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전문성이 필요한 방문지에서는 전문용어를 전달하기 위해 별도의 통역을 확보하여 취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연수를 진행하는 데 통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는데 일행 모두 공감했다.

또한 준비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앞서 이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3차례에 걸친 세미나와 브레인스토밍, 정확한 연수 목적 및 영역 분담 등 미리 준비하며 자료를 연구함으로써 방문지에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 할 수 있었고 우리의 현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숙지하여 다른 점이 무엇인지, 배워올 점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구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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