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토시대축제(京都市時代祝祭)와 안마(鞍馬)의 불 축제(火祝祭)


전주대학교 류인평 축제연수담당교수는 3개월 전부터 일본연수를 준비했다. 연수기간 일본현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때마침 우리일행이 교토에 도착하는 10월 22일이 ‘교토시 3대축제’에 해당되는 ‘시대축제(時代祝祭)’일이었다. 류 교수는 교토시청 문화관광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교토시청이죠? ‘시대축제’ 담당공무원을 연결해주세요?” ‘시대축제’ 지정 관람석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지정석 티켓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 정도이다.

“우리 시청에서 ‘시대축제’를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문화관광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뜻밖에 대답을 들었다. 주로 ‘관’에서 주최하는 국내축제만 생각하고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던 것이다.

물론 일본 축제 대부분은 지역주민에 의해서 준비되고 치러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공무원들이 전혀 관여 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와 너무 다른 현실이다.

“‘시대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사원이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유난히도 친절한 공무원이었다. 류 교수는 교토사원의 ‘시대축제추진위원회’ 간부와 통화를 끝낸 뒤 일본의 축제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대축제’ 즉 ‘지다이 마쯔리(마츠리)(時代祭)’는 794년 일본의 제50대 천황인 간무왕이 지금의 교토를 수도로 정하면서 ‘헤이안시대’ 시작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이다.


간무왕이 교토에 입성한 날을 기념하여 1년에 딱 하루, 10월22일 정확히 12시에 천지를 진동 시키는 큰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약 2000명의 지역 주민들이 1100년간의 역사를 각 시대별로 재현하며 교토시내를 약 3시간여 행렬을 펼치는데 교과서에 수록된 역사가 아닌 21세기에 살아 숨 쉬는 일본의 과거를 각 시대별로 만나는 느낌이다. 현장에는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이렇게 타국의 축제와 역사에 관심이 많을 수가 있을까!”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축제현장을 견학한 후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 핵심 키워드는 ‘교토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 초등학생들부터 80대의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마치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듯한 교토 시민들의 정열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또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도 번쩍 들었다.

“일본국민들의 저력이 바로 이것이구나!” 무언(無言)속에 들리는 그들의 의지를 역력히 읽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행렬 중에는 일부 젊은 학생들의 경우 무표정 속에 짜증과 피곤함도 역력히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자랑스러운 모습들이었다. 축제준비기간은 축제가 끝나는 다음날부터 축제 시작일 까지 이다. 1년 동안을 준비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2000여명의 교토시민이 참석하는데 지역별로 나눠서 각 시대별 전통의상을 입고 행렬에 참석하는 것이다. 예산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억원이 소요된다는 말에 기절할 뻔 했다. 제례를 올리는 시간과 교토 시내를 행렬하는 3시간을 합치면 반나절가량인데 예산이 14억원 이라니! 기가 막혔지만 그들의 전통과 역사의 맥을 지켜나간다는 의지와 열정을 보았을 때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몇 시간에 불과 하지만 일본의 역사를 한 눈으로 지켜볼 수 있는 시대축제(時代祝祭)를 참관하는 수많은 내외국인의 인파속에서 진정한 축제의미를 되새겨 봤다.


교토에서 1시간가량 되는 곳에 ‘안마(鞍馬)’라는 곳이 있다. ‘안마불축제(鞍馬火祝祭)(안마히마쯔리)’를 참석하기위해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서 30분 동안 서서 달려왔다.


‘안마’라는 마을의 ‘불축제’는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날 ‘달집태우기’를 연상케했다.

대나무로 큰 달집을 만들어 불사르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타는 불빛과 둥근달을 바라보며 잡귀와 액을 쫓아 가정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달집태우기’풍습과 같이 그들도 다양한 햇불을 만들어 마을을 돌며 신께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축제의미는 흡사했으나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지역주민들의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은 일등국민으로 치켜세워주고 싶을 정도였다.

인상적인 풍경이 몇 가지가 있었다. 전철역에서 철도 공무원 복장을 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았다. 아마 정년퇴임 후 재고용되어 일하는듯했다. 그분들의 친절과 봉사정신이 유난히 돋보였다. 전철역에 몰리는 관광객들을 안내하기위해 2~3m 간격으로 배치되어 계속해서 외쳐댔다. “어서 오십시오” “화살표방향으로 질서를 지켜 이동해 주십시오.”안내하는 동안 내내 환하게 웃으면서 관광객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현지에 1시간정도 먼저 도착한 우리는 조금 일찍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집집마다 문 앞에 어신등(어신등)이라는 등불을 켜놓고 그 옆에는 작은 햇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모두들 전통복장으로 갈아입고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이 분주하게 보였다.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기꺼이 친절하게 응해준다.

축제 메인무대로 보이는 작은 사원에 도착해 정원에 쌓아놓은 장작덤이 앞에 앉아 축제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불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사원 양쪽에 비치된 스크린을 통해 ‘불축제의 기원’에 대한 영상물이 방영되고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모여 시청하고 있었다.

순간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먼 곳으로부터 들려온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신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 “신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 4~5세쯤 되 보이는 남녀꼬마아이들이 앙증맞은 작은 햇불을 들고 앞장서 마을 어귀를 돌면서 “신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라고 알린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이 우스운 듯 “끽끽”대며 뒤를 따른다.

이들은 마치 어린자녀들에게 “부모들이 그랬듯이 너희들도 어른이 되면 오늘을 기억하고 자랑스럽게 ‘불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나가라” 하고 산교육을 시키고 있는 듯 했다.

관광객들은 미리 쳐놓은 양쪽 줄 뒤편에 서서 연속해 셔터를 눌러댄다.

언제부터인지 발 딛을 틈도 없이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작은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제사를 올리는 불 축제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 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독일에서 유학한 한국여성과 예비신랑 독일인 커플을 만나 반갑게 얘기를 나눴다.
커플은 일본인들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참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일행은 일정관계로 끝까지 축제를 참관하지 못하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축제현장을 빠져나오면서 또 한번 놀랬다. “와! 이러다 이산가족 되겠다.”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들 틈 속에서 꼼짝없이 십 여분을 기다렸다. 성지순례자들이 압사했다는 뉴스가 갑자기 생각났다. 엄습해오는 불안감 상상해 보시길...

일본 작은 마을 축제지만 관광객들이 몰릴만한 이유를 찾았다. ‘안마불축제’도 ‘교토시대축제’와 마찬가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역주민들 모두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었다. 막 태어나서부터 부모 등에 업혀 주인공이 되어 참여한 축제이기에 그들에게는 습관적으로 전통이 되어버린 것이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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