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재(민주평통곡성군협의회장)

“군인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원칙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가 되기 위해 훈육생 신분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을 때 뇌리에 새겨진 말이다. 직업군인이 좌우명으로 새겨야 할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군인은 특수신분이다. 국가와 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평상시 전쟁을 대비해 철저한 반복된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집단이 군인이다.

학사장교로 임관하기 전 훈련기간 6개월을 합치면 3년 6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소대장과 대대본부중대장 임무를 맡았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전역 후 사회생활하면서 대구영천 ‘3사관학교’에서 훈련 받았던 6개월이 많이 생각났다. 가 입교 기간 2주가 지나면 정식 훈육생 신분으로 교육에 들어간다.

훈련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이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 3월 꽃샘추위가 매섭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하루는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중대본부 앞 연병장에 집결을 했는데 3월말이 되었는데도 간밤에 내린 눈이 쌓여있었다. 귀가 찢어질듯 칼바람이 불어왔다. 이런 날씨에는 “알통구보(상의 탈의상태 구보)는 생략하겠지!” 했지만 구대장의 “전체상의 탈의” 구령소리에 눈물이 맺혔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의를 탈의 할 때는 곧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2km 구보를 마칠 쯤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뿌듯했고 마음 또한 날아갈듯 상쾌했다.

만약 구대장이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춥기 때문에 알통구보는 생략한다.”고 했으면 오히려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아무리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 닥치더라도 원칙을 준수해 어려움을 넘기면 환희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즉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규율 속에서 통제된 생활이 군인의 본분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망각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잡다한 생각으로 친구들과 고향 생각 때문에 정신이 해이 해지곤 했다. 그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군기였다. 군기야말로 군인정신의 초석이다.

군기는 군대의 규율이고 기강이다. 바로 근본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영어로 ‘fundamental’ 이라한다. 줄이면 FM이다. 군 생활에서 FM대로 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건 사고가 뒤따른다. 설령 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라도 어떤 형태로 후유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설마 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리한대로 생활하다보면 군 기강이 해이해져 령(令)이 서지 않는다. 군대에서 령이 서지 않으면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모든 사건 사고의 원인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것들이다.

천안함 폭침 사태 발생 후 국민들은 우리군의 매너리즘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많은 이들이 군의 무력감과 안일한 자세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김정일 정권은 미쳐 날뛰며 발악을 하고 있는 판에 대한민국 군대는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휘관들이 나사가 풀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의 만행은 규탄 받아야 마땅하며 용서해서는 안 되지만,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일은 ‘설마’ 하다 뒤통수를 맞은 우리군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재산, 인명피해 발생 시 큰 어려움에 처한다는 이야기를 빗대어 한 말이다.

어느새 천안함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됐다. 천안함 폭침 1주기를 맞이하여 비명에 간 46인의 호국영령의 넋을 추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軍의 매너리즘에 대한 대오각성과 혁신을 통한 정신무장을 국민 한사람의 이름으로 주문하고 싶다. 아울러 군대에서 만큼은 ‘설마’라는 생각을 영원히 추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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