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열렸던 돈 버는 상업농 육성시책 대토론회는 토론회 주제에 걸맞게 그 규모 또한 대단했다.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군의원, 농협장, 관련학계, 업계의 관계자와 다수의 농업인대표 등 3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곡성문화체육관을 그리 넓지 않은 공간으로 보이게 할 만큼 잘 배치되어 진행됐다.
특히 허남석 군수의‘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해답이 나올 때까지 끝장토론을 해보자’는 주문과 2014년까지 추진될 농정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장시간 듣고 나서는 토론 내용 또한 방대함을 알 수 있었다.
또 이런 큰 행사를 기획한 집행부의 대범함과 준비한 관계공무원의 노고를 생각하며 토론회가 잘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면서 어디서부터 풀어갈지,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지켜보는 동안 어느새 3시간을 훌쩍 넘겼다.
토론회 초반은 사회자의 진행미숙으로 심도있는 논의 없이 시간만 허비했으나 참석자의 주장과 제안들은 매우 좋은 내용들이었다.
농사지어 돈 버는 비결은 ‘자신이 잘 지을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하여 알차게 수확하는 것’이라는 입면의 한 어르신의 말씀과 ‘천적과 미생물을 곡성군 농민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생물방제센터 관계자의 말씀이 끝난 뒤에는 나도 모르게 큰 박수를 쳤다. 그리고 친환경농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체험담을 소개한 전 조합장님, 흑염소 사육에 비전을 갖고 열정을 쏟고 있는 귀농인, 귀농인들에게 현지인들과 융화를 당부하신 군수님 말씀, 하나같이 피부에 와 닿는 발언들 이었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날 무렵 청중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웠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지루함과 답답함에 맥이 빠진 듯이 보였다.
나 또한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펜을 들어 토론회 발언으로 대신 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인들에 비해 대부분은 토론에 익숙지 않다고 한다. 특히 청중으로 초청된 농민들에겐 이런 포럼 형식의 토론회는 매우 소모적이며, 전시효과를 노린 행사쯤으로 깊이 인식 되어있다. 더군다나 씨앗파종, 모종이식, 벼 이앙 과수적뢰, 적과, 수정. 제초작업등 다양한 농사과정이 년 중 가장 바쁘게 진행되는 시기다. 그래서 웬만큼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몇 시간동안 남의 얘기를 듣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농민들을 위하는 일이지만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했고, 농민들 또한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끝까지 토론회에 참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잘 진행 되었던들 3시간여의 토론에 얼마나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이번 토론회에서는 돈 버는 상업농육성 시책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하겠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같다. 이에 만족과 위안을 삼고 다음 기회에는 좀 더 세밀한 계획으로 모두가 수긍하는 결론을 도출했으면 한다. 아울러 돈 버는 상업농 육성시책에 대해서 토론자와 청중들도 소소한 문제점까지 예리하게 지적하고 서로 대립된 의견은 시비를 가려 의견을 하나로 통합시켜서 힘차게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삼호(오곡면 압록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