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근 관내 모 지역에서 ‘노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경로위안잔치를 가졌다. 그 어느때보다 이날 만큼은 어르신을 위한 행사였지만 지나친 ‘의전 절차’ 때문에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기념식 행사는 내외빈 소개, 국민의례, 감사패 증정, 군수·의장 소개, 면장 인사말, 군수·군의장 축사, 군·면 노인회장 환영사, 도·군의원 축사 등 7명이 축사를 하는 바람에 개회식이 무려 1시간동안 진행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날씨는 28℃. 체감온도를 감안하면 30℃를 웃도는 데다 불쾌지수마저 70을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다. 하물며 고령의 노인들이 야외 운동장에서 이를 감내할 만큼 ‘주어진 시나리오’대로 꼭 했어야만 했을까. 이 때문에 주빈 대접을 받아야 할 어르신들이 곳곳에서 투덜거리며 짜증을 냈다.
문제는 이러한 내빈 소개와 함께 곁들여지는 일명 기관장급들의 축사가 구태의연하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나친 격식과 의전으로 오랜 시간을 낭비할뿐더러 행사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지루함과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맨 마지막 단상에 오른 김정오 군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어르신 사랑합니다”는 한마디로 축사를 대신해 큰 박수를 받았다. 긴 서사와 같이 축사를 해야만 영(令)이 서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스스로 칭할 만큼 전통적으로 예를 중시했다. 이러한 예가 공식적인 관계에 적용할 때는 의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의전의 기준과 절차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형된다. 중국에서는 ‘남의 나라에 가서는 그 나라 풍속에 따른다’고 한 것처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비효율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란다.
강원도 화성군의 경우 허례허식을 줄이는 차원에서 의전행사 간소화 매뉴얼을 만들었고, 경남 함안군은 격려사·축사 등 인사말을 팸플릿으로 대체하는 등 아예 ‘의전행사 간소화 운영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충남 당진군은 읍·면 단위행사에 읍·면장이 참석하는 책임행정제의 기틀을 다졌다.
행사보다 관행을 더 중요시하는 이 ‘불편한 진실’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조상현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