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도(전남도청 정책기획관실)

‘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흙덩어리도 사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큼을 유지할 수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조차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깊음을 이룰 수 있다. 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모든 일을 할 때에는 작은 일, 큰 일을 구분 짓기 전에 나를 더욱 성장 시키는 일임을 알고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큰 산과 큰 바다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을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크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생을 설계해 나가자는 교훈을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금년은 지난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대표자를 뽑고 지역발전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살림살이를 꾸리다 보니 처음 태동기의 지역세에 비해 외연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지역도 있고 또한 다소 부족한 지역이 있는 등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내재된 에너지를 한 곳에 응집시키면서 지역의 부존자원과 연계된 중장기적 발전계획의 큰 틀 아래 세부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 그리고 실행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만은 않다. 우선 지방분권의 근간인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 여전히 답보상태이며 사회복지비용 부담에 따른 필수 의무비용 증가로 가용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의 입장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버거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비단 담양만의 문제가 아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해답을 “인재‘에서 찾고자 한다. 중앙부처나 도청, 시?군청 할 것 없이 모든 일이 결국은 사람이 하고 사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공직에 입문하여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행운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고향이 주는 따스함과 선후배간 서로 밀고 끌어주는 끈끈한 정이야 말로 고향에서 근무하는 공직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다.

하지만 금년 8월 30일 기준 전남도청 내 담양출신 공직자 현황을 보면 지역이 처한 상황과 미래를 가늠해 보기에 충분하다.

올 8월 말 기준 전남도청에 재직 중인 담양출신 공직자는 일반직 5급 이상 18명(25.7%), 일반직 6급 이상 19명(27.1%), 일반직 7급 이하 15명(21.4%) 등 총 70명으로 6급 이상 공직자가 52.8%를 차지하는 반면 7급 이하 젊은 공직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지역인재의 공백현상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특히 행정직의 경우 담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직자가 전입한 사례는 2006년 1월 이후 전무하다.

물론 반드시 중앙부처나 도청에서 근무해야만 공직자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도청의 예를 들더라도 우선 생활권역인 담양과 광주에서 지리적으로 멀다보니 가족과 떨어지거나 동반 이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뿐만 아니다. 새로운 분위기, 더 큰 조직문화, 고향을 달리하는 낯선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등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부처나 도청 역시 사람이 근무하는 곳인 만큼 젊은 공직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지역의 선배들이 높은 지위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어드밴티지도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지역개발의 필수요소를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 실행력으로 볼 때 내 지역 출신이 도청과 중앙부처에 많이 진출 해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담양에서 근무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도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담양의 지역원로들께서도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지역인재들이 큰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 주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의 것이라는 말이 있듯 지역의 미래 역시 준비하는 지역만이 발전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