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상 현(담양군 관광레저과 주무관)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열정의 붉은 꽃을 피워 백일동안 우리의 시선을 즐겁게 해주었던 배롱나무(백일홍)꽃이 지고, 앙상한 가지에는 몇 장 안 남은 잎들이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다.

늘상 보아온 배롱나무지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주한 배롱나무는 짙푸른 잎과 붉디붉은 꽃의 옷을 벗어 버리고, 앙상한 뼈만 남아 고스란히 서리를 맞고 있어 내 마음마저 쓸쓸하고 무겁다.

요즘 우리지역에 배롱나무에 대해 많은 담론들이 오가고 있다. 모 지역신문에 기사화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직접 추진한 실무 책임자로서 사실관계를 바로 알리는 것이 공직자로서 도리라 생각되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의 20년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일인데, 보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군민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켜 군정에 누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은 추수가 끝난 텅 빈 들판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공허하고 쓸쓸함이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등이 각광을 받으며 걷기 운동이 새로운 관광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군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오방길을 브랜드화 하여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탐방로 개설사업에 공모하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관방제림에서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원림, 독수정으로 이어지는 32km에 ‘역사스토리텔링 탐방로’ 개설사업으로, 완공 후 이 길을 걷는 관광객들을 연상하며 신바람 나게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의 잘못된 판단이 실수가 되어 지역에서 여러 가지 추측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요즘 이야기 되고 있는 D미술관 앞 배롱나무 이식에 대한 과정과 사실은 다음과 같다.

‘역사 스토리텔링 탐방로’ 사업이 확정되고 실시설계를 하면서 현장 측량과정에 길이 좁아 인도를 낼 수 없는 구간에 데크 설치가 불가피해 설계에 반영하고 보니, 그 구간이 하천으로 지목은 임야이고 사유지로서 소유자는 D미술관이었다.

토지 소유자에게 사업추진에 관한 설명을 드리자 흔쾌히 무상사용을 허락해줘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구간에 배롱나무가 있어 지장목으로 옮겨야 했었는데, 일이 여기서 발단이 되었다.

그 배롱나무가 위치한 토지는 D미술관 소유로, 매입 당시부터 그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의 일반적인 판단으로 그 배롱나무는 D미술관 소유이고, 토지사용을 무상으로 허락했기 때문에 소유주인 미술관측에 이야기 하고, 그 쪽에 옮겨 심으면 될 것으로 생각해 공사 관계자에게 지시하여 D미술관 공터로 옮겼다.

그 뒤 일부 언론에서 취재를 하고 모 지역신문에 기사가 나와 하천 관련 업무관계자와 법규 등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개인 소유 하천일지라도 임의로 나무 등을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따라서 하천 관련 법규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상식적인 선에서 일을 추진하는 실수를 하였기 때문에 배롱나무를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이식하게 되었다.

변명 같지만 업무처리에 대한 법령이나 지침 등이 많고, 산적한 업무를 추진하면서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전혀 접해보지 못한 업무의 법령까지 연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광 담양의 미래를 생각하며 의욕을 갖고 추진한 일이 나의 사려 깊지 못한 업무처리로 인해 지역사회의 논란이 되고 있어 무거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나의 이번 업무처리를 동료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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