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홍(전라남도 의원)

생태도시를 학문적 용어를 떠나 간단히 말하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로 정의 할 수 있다. 지난 민선 3기 시절, 담양군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생태도시라는 용어를 담양군 브랜드화 하고 그 정책은 군정지표로 삼았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 담양군민들은 너무나 생뚱한 생태도시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택이나 건물허가 등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경우 알쏭달쏭한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탓으로만 생각하고 많은 불평불만을 했다.

생태도시에 대한 반대여론을 등에 업고 들어선 민선 4기 담양군집행부는 4년 내내 생태도시 정책을 멀리했다. 그사이 여러 자치단체가 생태도시 정책을 쓰면서 도시 브랜드화 했다. 순천시 같은 경우는 생태도시 수도를 자칭하면서 생태도시 브랜드를 선점해버렸다.

담양군이 제일 먼저 생태도시를 부르짖었지만 민선 4기 담양군이 주춤하는 동안 브랜드를 빼앗겨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민선 3기 생태도시 정책이 민선 4기 들어서야 꽃을 피워 담양군에는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민선 5기 들어 생태도시 브랜드를 다시 찾고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담양 보다 훨씬 앞서 이미 세계 많은 도시가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었다. 서구유럽은 생태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거의 대부분 도시가 생태도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거의 모든 도시는 생태도시 정책이 일상화 되어있다. 그 중 가장 성공한 나라가 꿈의 생태도시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꾸리찌바' 라는 도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과 공직자들이 선진생태도시를 보기위해 유럽과 남미브라질로 머나 먼 여행길을 나선다.

그러나 사실은 생태주의 원형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다. 인간과 자연을 한 생명으로 전제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생명사상에 그 뿌리가 있다.

불교는 만물이 모두 한 몸으로 연결되었다는 연기설을 주창했다. 노장사상은 자연흐름에 일치하는 행위를 무위자연이라 하여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유학 또한 자연철학인 주역의 음양론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유불선 사상을 통합하여 되살려낸 것이 우리 한민족의 ‘풍류사상’이다.

신라 말 사상가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우리나라에는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 풍류사상은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군생(뭇 생명)과 접촉하여 이를 교화한다.”고 했다.

‘뭇 생명과 접촉하여 이를 교화한다.’이 말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생태도시 정의에 갖다 써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생태주의는 이토록 오랜 역사와 깊은 철학이 있다. 이에 비해 서구의 생태철학은 역사가 아주 미천하다. 서구의 유명한 철학자 베이컨이나 데카르트는 자연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여겼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 서구 산업주의이다.

그 산업주의는 지구를 불과 100여년 만에 황량한 불모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다 영국에서는 1960년대 극심한 스모그 현상으로 수 천 명이 죽고 독일, 프랑스 등 산업국가에서는 산성비가 내려 산림이 죽고 농토가 황폐화 되어갔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서구에서는 인류와 자연은 평등한 존재이며 하나로 이어졌다는 진보적인 생태주의 사상이 탄생한다. 그와 반대로 우리는 생태주의 오랜 역사와 깊은 철학이 담긴 풍류사상을 버리고 무비판적으로 서구의 산업화와 합리주의를 받아들여 우리의 국토를 황폐화 시켜가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에서도 보듯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물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서구유럽보다 더한 환경적 오염을 통해 더 큰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는 서구 산업주의 도시들의 불행을 직접 겪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생태에 대한 우리 옛 전통도 살려내야 한다. 또한 생태도시정책은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는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어 주고, 관광자원으로서 경제적 효과도 누릴 수 있으며, 후손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자연을 그대로 물려 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 생태도시로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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