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종 희(담양군농민회 교육부장)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입니다.

매년 11월말이면 농협은 내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 편성을 위한 이사회 및 대의원 총회가 열립니다. 내년도 모든 사업과 임원의 보수나 직원들의 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니 만큼 다소 잡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날치기 한미FTA 통과 등으로 농민들의 마음은 뒤숭숭한데 직원들에 대한 “복지연금”이 신설되고 조합장 보수인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복지연금10%와 조합장보수 10~20%를 약속이나 한 것처럼 조직적으로 인상한 곳이 우리 지역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이나 신문에서 자주 보도된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조합장들은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게 뒷북을 치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즘 논란이 되는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고서농협과 담양축협을 제외한 모든 농협이 이사회를 통과하여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한 복지연금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받기 위한 제도’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누진제가 없어진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농협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며, 복지연금으로 이름만 바꿨을 뿐 또 다른 형태의 퇴직금을 받아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창평농협, 수북농협, 담양축협을 제외하고 조합장 기본급이 10%~20% 인상되었습니다. 조합장 보수는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대의원총회에서 의결 합니다. 선거철이면 조합장은 명예직이며, 봉사하는 자리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1억원 내외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담양지역 농협들의 대의원총회에 제출된 자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농협정관 138조에는 “사업계획서와 수지예산서는 조합원이 알기 쉽게 작성하여야하며, 특히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기준, 직원의 급여기준과 조합운영에 소요되는 활동경비 등 지출예산에 대하여는 산출근거를 명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음 에도 우리지역 대부분 농협에서 대의원총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정관에 명시된 중요사항을 고의로 누락 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것은 각 농협 이사회 자료마저 대의원회 자료와 별반차이가 없었으며, 심지어 몇몇 조합에서는 해당조합 이사, 대의원 등이 찾아가 정관에 명시된 자료를 요구함에도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심지어 대의원명단 마저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자료에 대한 접근을 막아놓고, 대의원이나 농협이사들이 귀신이 아니고는 도무지 알아 볼 수 없는 서류만 앞에 놓고 무슨 중요한 결정을 할 것이며, 설사 결정하였다 해도 그 과정에 제출된 자료가 정관에 위배되어 있는데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농협과 관련한 문제는 임직원이 몇 푼 더 가져가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농협 직원들은 또 다른 형태의 퇴직금인 복지연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일한 만큼의 급여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며 조합의 운영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져야 합니다. 정관에 명시된 서류마저 마음대로 볼 수 없다보니, 일부조합에서는 내년도 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위해 예비비에 “인건비관련” 예산이 있다는 것을 이사님들이나 대의원들도 모른 채 통과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정관에 있는 대로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는 자료라도 이사회나 대의원총회에 제출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 조합운영의 기본이며, 뒷북치는 조합원이나 이사 대의원이 없을 것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보독점(문자인식)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대부들로 구성된 ‘밀본’과 조합원들로부터 정보공개를 막는 방법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농협 임직원’들이 같은 부류로 여겨지는 것은 결코 억지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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