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발행인)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 님의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수필집에 등장하는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새로 짓고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새로 꾸민 정원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꽃씨를 심어놓고 날마다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가며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얼마 후 정원에는 자신이 정성들여 심고 가꾸었던 아름다운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꽃들과 함께 정원 곳곳에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민들레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원 주인은 불청객 민들레를 눈에 보이는 즉시 죄다 뽑아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민들레는 또 피어났고 뽑아도 뽑아도 민들레는 계속 피어났습니다. 그는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결국 민들레를 죄다 없애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된 정원 주인은 서울에 있는 ‘정원가꾸기협회’에 전화를 걸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애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원에서 저 보기 싫은 민들레를 없애버릴 수 있을까요?” 그러자 ‘정원가꾸기협회’에서는 민들레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는 이런 저런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협회에서 알려준 방법들은 이미 그가 몇 차례나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법들이었습니다. 그는 협회에 다시 요청했습니다. “그 방법들은 이미 다 써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른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협회에서는 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골라서 하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처럼 좋아하지도 않는 민들레가 피어났다고 속상해 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민들레가 피었다고 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좋아하지 않았던 민들레지만 내 정원을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회생활에서 상당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여겨집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직장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 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마저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은 더욱 밝아지리라 믿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접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해야 할 경우도 생기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불만을 표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도록 만들어보려는 마음가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가득 채워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진정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죄다 뽑아 없애버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부분까지도 아우르고 사랑할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새 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