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담양의 선거지형 ‘이익연관형부터 복귀희망형까지’
“다양한 욕구창출 어떻게 풀 것인가?”
풀뿌리 지방자치가 시작되며 화두로 등장한 단어는 바로 ‘소신행정’이다. 올해 만 20년이 넘은 지방자치제도는 도입 초기 각종 비리와 부작용을 낳으며 곧바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정당국의 강력한 대처와 시민의식의 발전은 지방자체제도의 발전을 담보할만한 반성의 분위기를 이어갔으며, 지방자치제도 시행 초기 ‘돈 많고 덕 있는 인물’ 보다 세부적 차원에서 ‘현실적 능력을 발휘할 인물’을 찾는 광범위한 기초가 형성됐다.
이러한 예는 담양에서도 과거 1970~80년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군부독재정권이 유지되던 시대적 상황이었던 터라 지방에서도 군인 출신 국회의원이 대거 출마해 이전투구를 벌였으며 그러한 비극은 결국 부정축재 등 개인비리 폭로라는 좋지 못한 말로를 낳았다.
군사정권의 퇴진과 함께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과거 부조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어떠한 준비도 없이 장밋빛 희망만을 가지고 시작됐다.
정부의 중앙집권적 제도 속에서 애초 한계상황이 정해졌던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김대중 대통령 시대 규제완화정책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영국식 지방자치제도와 독일식 지방자체제도의 틀을 벗어나 한국형 지방자치제도를 태동시키며 애벌레 부화하듯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이러한 진화나 긍정적 평가는 학자나 현업 행정가의 눈높이에 맞춰진 면을 배척할 수 없다. 중앙통계적 결론은 미래지향적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바탕에서 지방마다의 특수성과 구체적 타당성은 함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담양을 네 가지 부류로 분류
이런 상황 속에서 담양이 가진 지방정치적 특수성은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연관형과 중앙지배의 틀 속에서 강력한 파워에 안주하는 기득권적 안주형, 기존 세력에 대항해 전체적 헤게모니를 탈환하려는 신흥세력형, 과거 정치·경제적 부흥기를 반추하며 재기를 꿈꾸는 복귀희망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각종 ‘이익연관형’은 이른바 ‘군수선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형이다. 여기 나타나는 이익은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소소한 이익부터 차후 정치적 입지를 위한 줄서기, 선거기간 동안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식당 영업부터 복사지 영업까지 실생활과 직접 연결됐다 할 수 있다.
이 이익연관형의 특성은 그 집단이 갖는 구성원의 결속력이 매우 높은 반면 외부 평가는 매우 낮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포기 못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집합한 이익연관형은 탄탄한 구성력과 계획 추진의 전문성을 지니며 목표의식이 뚜렷하다.
선거 후 이른바 ‘수훈甲’에 오른 공신들이 각종 이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횡을 일삼는 것도 이익연관형의 발로이며 담양처럼 작은 군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자치제를 일찍 시작한 미국의 경우 아예 ‘엽관제(獵官制 The spoils system)’를 실시하고 있다. 선거에 이기면 많은 관료급 위치를 선거에 이긴 후보진영에서 포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엽관제는 ‘고도의’ 그리고 ‘첨단의’ 자치제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 선거에 패하지 않기 위해 행정서비스의 질과 규모, 예산집행의 적정성 등 모든 면에서 책임행정이 구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모든 위치에 선 집행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실패는 곧 선거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수는 독임제기관으로 인사집행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 기관으로서 행위능력이 매우 강하며 기술적·민주적 요소가 강하게 필요한 감사원이나 교육위원회 등처럼 합의제기관이 아니어서 의회의 적절한 견제가 없는 한 무소불위의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민관’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사상이 ‘군수의 성역화’를 떠받쳐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할 한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으며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초기 지방자치시대 군수 대부분이 ‘목민심서’를 필독서로 오해하며 ‘군민을 길 잃은 양’으로 인식하거나 ‘피지배적 계도 대상’으로만 여기는 전근대적 인식의 오류에 빠져 시민을 자신들의 시혜로 거두는 ‘규휼의 대상’으로만 안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 때는 그토록 충복(忠僕)을 자임하나 막상 당선되면 군림하기 바쁘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어 시민의식의 강화로 스스로 군수를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 즉 ‘아래로부터의 군수 만들기’가 이미 시작됐다. 그 단편적 예가 현재 민선5기를 걷고 있는 최형식 담양군수의 민선3기 군수선거(2002. 6.13)다.
군민의 마음 바로 읽어야
당시 최형식 후보는 도의원 3선(4~6대)을 지내며 튼튼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른바 ‘사무실 꼬마’부터 시작한 그의 정치 역정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그의 고향 사람들의 전폭적 지원을 필두로 기존 정치 선배들의 후광을 입으며 급속히 성장했다.
여기서 ‘이익연관형’ 구조의 빛이 발휘된다. 앞선 민선1~2기 동안 뒷방신세를 면치 못하던 신진세력들이 기존 정치·경제적 기득권에 반기를 들며 ‘민주당 군수후보 경선 번복’이라는 초강수를 끄집어냈다.
이는 곧바로 역풍으로 작용했으나 당시 최 후보의 뚝심과 민심을 읽어내는 촉감 그리고 “판을 바꿔보자”는 신흥세력들의 공고한 결속이 경선 번복에서 오는 이미지 타락을 만회하고 군수 당선(무소속 1만6334표 53.5%)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민주당 경선은 “군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맹주로 군림하는 ‘민주당 마크’도 새로운 판을 추구하는 ‘대하(大河)와 같은 민심’에는 무용지물임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형태는 지금에 와 더욱 세련되어지고 더 세분화 돼가고 있다.
최 군수 자신도 ‘이익연관형과 신흥세력형이 결합된’ 표심에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민선4기 5.31지방선거를 거치며 각종 루머와 음해에 시달린 최 군수는 선거가 닥치자 대항할만한 갖가지 ‘맞불’을 피웠음에도 더 치밀한데다 배수진을 친 상대진영의 공세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낙선을 부른 표수는 610 표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최 군수 이미지는 군수재임시절 4년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술되기 때문이다.
대나무 신산업 관련 기업지원으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켰고 거기서 실제 기업인 A씨가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군수와의 연관 고리가 집요하게 따라붙었고, 최근들어 A씨가 군수 주변을 맴돌면서 군청 출입이 잦아지자 사그라졌던 소문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여기서 이익연관형 집합은 정작 자신들의 결속력은 높으나 외부 평가가 낮다는 특징이 영향력을 발휘해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집요하고 계속적 공격이 아니어도 ‘결정적 한 방’이면 다운 당할 수 있다는 현상을 직접 경험해 본 측에서는 주변인물의 비리야말로 선거패배의 지름길이다.
이익으로 연결된 집단은 쉽게 와해될 것이라는 엇나간 고정관념은 이익연관형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로 상대진영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지, 이익연관형 집단으로서는 내부결속을 침해할 세력과의 거리 유지는 생명선과 같다.
민선3기 꼬리에 꼬리를 문 루머는 민선4기 들어 몇몇 사안이 사실로 밝혀지며 선거 후 ‘고소 고발 정국’을 만들었으나 사정을 위해 빼어든 칼이 정작 자신을 향하고 있었음을 간과한 이정섭 군수는 사실상 양자대결에서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지지율(47.9% 1만3762표)을 얻더니 군수 직무 수행도 중도 하차라는 담양현대사에 빨간줄을 남겼다.
제5회 6.2지방선거에서 59.23%(1만5596표)의 지지율로 당당히 재기에 성공한 최형식 군수. 현재는 더욱 무차별적이고 형이하학적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시간에 놓여 있다. 담양에 만연한 기형적 조직의 범람은 ‘사조직의 공조직화’ 현상 범주에 포함된다. (다음호 계속) /서영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