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前담양부군수)

지난해 말 농업인들에게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었던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일방처리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축산분야의 소 사육농가들이 새해 벽두부터 소값 폭락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에 나섰다.

젖소 수송아지 한 마리 가격이 단돈 만원까지 떨어지고 사료값은 폭등하자 아예 소들이 굶어죽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소는 농가 재산목록 1호로 귀하게 대접받았고 ‘빈집에 소 들어간다’라는 속담처럼 소는 부의 상징이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는가?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과실인가? 아니면 축협의 역할 부재인가? 축산농가의 관행적 입식 때문인가? 이제라도 네탓 내탓을 따지지 말고 정확한 문제점 진단을 통하여 실효성 있는 장단기 대책을 마련, 시행함으로써 이번의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어가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이번 소값 폭락의 주원인은 무엇보다 공급과잉이다. 국내 소고기 시장점유율 약45%에 맞는 적정 사육두수 250만 마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300만 마리까지 늘어난 것이다. 2~3년 전부터 소값 폭락이 예상되었는데도 적정 두수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정부와 축협의 잘못도 크고 다른 작목에 비해 비교적 쉽고 소득이 높았던 과거의 관행에 따라 입식을 늘린 축산농가의 잘못도 있다.

사육두수 증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소값 폭락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사육두수를 감축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암소도태장려금 지급을 통한 자율감축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할 수만 있다면 일정두수를 정부가 수매하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 보수진영의 대북 퍼주기 논란이 있었지만 쌀처럼 소를 굶주린 북한주민들에게 제공하여 대북화해 정책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의 하나로 생각해 볼수는 없을까? 어떤 방법이든 이번 기회에 적정 사육두수를 맞추고 철저히 관리하여 이번같은 공급과잉의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소위 소 적정두수 책임관리 실명제를 시행했으면 좋겠다.

다음, 산지 소값은 떨어졌는데 소비자들은 소값 폭락을 실감하지 못하는 유통의 문제이다. 현재 600kg 한우 수소의 평균가격은 320만원으로 600만원을 넘어서던 2009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간 물가연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6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 단계와 그로인해 발생하는 40% 가까운 유통비용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유통구조 혁신문제는 역대정권의 고정공약사항이었지만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형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한우생산비중이 높은 시군의 축협을 거점으로 하는 도축·포장·유통 일괄센터를 권역별로 설립 운영하여 계통출하를 늘리거나 자본력이 있는 민간대형마트가 주도하는 대규모 축산물 처리센터 설치 운영과 위탁계약 사육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하여 축산농가에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소비자들은 보다 싼값에 소고기를 사먹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소고기 원산지 표시제 이행상황도 철저히 점검하여 수입산의 한우둔갑도 막아야한다.

또한, 국제곡물시장이 요동치면서 계속 오르고 있는 사료값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배합사료를 대체하여 생산원가를 줄일수 있도록 값싸고 영양 좋은 조사료를 확대 공급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경종농가와 축산농가를 연결하고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는 총채보리사업 등 예산을 대폭 늘려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우 명품브랜드와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수입소고기는 한우가격의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은 할 수가 없고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고급육 생산을 위한 우수혈통관리와 표준화된 사육사양관리를 통해 1등급 이상 출현율을 현재 40%에서 일본 화우 수준인 80%까지 끌어 올릴수 있어야 한다. 고급화된 일본 화우의 경우 kg당 13만원까지 거래되는것만 보아도 품질고급화를 통한 차별화가 값싼 수입소고기를 이겨낼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것을 잘 알수 있다.

우직하게 일 잘하고 순한 한우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닮은 동물이라 할 수 있다. 한우산업의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축산농가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다시한번 신토불이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 소 사육농가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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