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워하던 한국사회가 피부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9만 5천여 명으로, 내국인의 2.74%에 해당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중 산업체 근로자나 결혼이민자 등 장기체류 외국인은 100만 명에 이른다.

다문화 사회의 변모양상은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도시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산업체 근로자나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59만 5098명, 유학생이 8만 8천 468명인데, 대부분 수도권이나 지방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14만 4천 681명으로 집계된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이민자의 지역별 분포 역시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집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281,780명, 경기도에 304,446명이 거주한다. 수도권 중에는 서울시 영등포구가 43,242명으로 가장 많고, 안산시 단원구가 37,380명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등록 외국인 이민자의 숫자가 많은 그 외 지역은 서울 구로구, 금천구, 경기도 화성시, 시흥시 등이다.

지역에 따라 외국인 이민자의 성별 비율도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 지역의 외국인 이민자는 남성비율이 높다. 안산시 단원구 37,380명의 외국인 중 남성은 22,656명, 여성은 14,724명이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으로 가면 외국인 이민자의 성비가 바뀐다. 경북 영양군에 주거가 등록된 130명의 외국인 중 112명이 여성이다. 전남 구례군도 비슷해서 200명의 거주 외국인 중 여성이 155명이다.

인간이 보다 살기좋은 지역을 찾아 이동하는 이민(移民)은 자연스러운 진화 현상이다.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과 타협이 인류의 생존방식이었다.

인간은 경제적으로 보다 윤택한 지역이나 국가로 이주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선진국들은 낮은 임금으로 궂은일을 대신해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 외국인 이민자는 인구감소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결혼이민자들은 산업생산과 인구증가, 노인복지에 필수적인 계층이 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사회적 불만의 통로로 외국인 이주자들이 이용되기도 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유럽국가들은 외국 이민자들에 대한 규제를 늘리고 복지혜택을 줄이고 있다. 외국인을 사회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재일한국인들에게 불만을 폭발시켰다. 지난 달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해 사건의 범인이 중국동포임이 밝혀진 후 외국인 이주자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러나 2011년 기준으로 외국인 체류자 중 범죄 피의자수 비율은 1.9%, 내국인은 그 두 배에 가까운 3.7%에 달한다.

외국인에 대한 문화적 편견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미국인과 결혼해 이민을 가서도 한국식으로 자식을 키운 여성을 장한 어머니라고 추켜세우면서, 국내 외국인 결혼이주 여성에게는 한국 문화에 순응할 것을 강요한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이민자 각자 출신국가 고유의 문화를 한국사회에서도 즐기고 이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다문화 현상에도 주목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삶을 사는 결혼이민여성들에게는 보다 세심한 정책적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말로만 다문화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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