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응(국민연금관리공단 동광주지사장)

고재응(국민연금관리공단 동광주지사장)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55세 퇴직자의 기대여명은 10년 전에 비해 남자, 여자 각각 5.3년, 4.6년이 증가한 25.1년, 30.6년에 달한다.

이는 퇴직 후 근로소득 없이 25년에서 30년 이상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부터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노후생활계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신용불량자 네 명 중 한 명이 50세 이상 고령자라는 최근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고령자들이 적절한 노후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은 이제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동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이에 따라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 현황을 살펴보고 장수리스크 관리의 핵심인 연금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수명 증가로 인해 보유한 은퇴자산이 생존 시 소진될 경제적 위험을 ‘장수리스크’라고 하는데, 장수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종신토록 소득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은퇴자산의 연금화’다.

그러나 은퇴자산을 연금화하는 것이 이성적인 의사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은퇴자들이 연금화를 기피하는 행동 경향이 관찰되는데 이는 ‘연금퍼즐’이라 한다.그렇다면 은퇴자들은 왜 은퇴자산의 연금화를 기피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첫째는 지급보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연금은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한 후 노령이 되어야 수급할 수 있는데 ‘그 때까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연금소득을 은퇴 후 지출을 위한 ‘소득’의 개념이 아닌 은퇴자산의 ‘투자이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조기에 사망할 경우 납입 보험료보다 수령한 연금소득이 작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납입 보험료를 투자손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셋째는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현금 유동성이 필수적인데 연금의 경우 유동성이 매우 부족한 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은퇴자들이 기대수명을 과소평가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은퇴자산의 소진을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연금화를 꺼리는 것이다.

여러 연금 중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민연금은 첫째,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만큼 인상하여 평생 지급되므로 안정적이다. 또 가입 중 사망하거나 연금수급 중 사망할 경우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특히 연금은 투자소득이 아닌 노후생활안정자금이라는 국민 인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현금 유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의료비, 배우자장제비, 전/월세자금, 재해복구비를 만60세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노후긴급자금을 대부해 주는 국민연금실버론을 시행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연금소득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인식전환을 위한 노후설계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은퇴자산의 연금화를 꺼리는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연금제도에 대한 적극적 홍보 및 교육으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담양곡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