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석( 발행인)
고대 중국에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었습니다. 제나라 환공은 계영배라는 이 술잔을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면 모두 흘러내리고 7할 정도 채워야만 온전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진 잔으로 ‘가득 채움을 경계하는 잔’입니다.
계영배는 과음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의미에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처럼 사람의 욕심도 정도가 넘으면 화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가득 찼는데도 덜지 않으면 넘쳐흐르고, 꽉 찼는데도 잡아주지 않으면 기울게 되는 이치인 셈이지요.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계영배가 널리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임상옥은 스승이었던 석숭 스님에게서 계영배를 받고 교훈을 깨달아 마침내 조선 제일의 거상(巨商)이 됩니다. 석숭 스님은 끝없는 재물의 욕망을 가득 채우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비워두라는 가르침과 지나치게 채우려 하면 넘치고 만다는 상도(商道)의 철학을 술잔을 통해 임상옥에게 전해 준 것이지요.
2010년 7월 군민들의 기대 속에 희망찬 출범을 한 민선5기 자치단체장과 제6대 군의회가 임기 절반을 채우고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자치단체장과 군의원들은 자신을 선택해 준 군민들의 기대에 부응키 위해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며 이같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2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이 남은 2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역이 10년 앞을 달릴 수도 있고 10년 뒤로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건대 지난 2년을 그리했듯이 부족한 듯 모자란 듯 채워가는 계영배처럼 권력을 활용하기 바랍니다. 지나친 의욕이 결국에는 권력 남용으로 이어져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숱하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