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곡성군 서울사무소장)

서울에서 주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곡성군 서울사무소를 소개하고 곡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지난달에 기획재정부 박형수 사무관님의 초대를 받아 사장님들과의 귀중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소개받은 분들이기에 자연스럽게 곡성군서울사무소를 소개하고 곡성군정, 섬진강기차마을, 1004장미원, 축제, 관광, 농업, 농·특산물 등 곡성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곡성 여행을 한번 다녀오자는 박사무관님의 제안에 모두 뜻을 함께하여 지난 7월초 주말에 과천시에 모여서 곡성으로 출발했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회사 대표님들, 언론사에 근무하시는 분들로 몹시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간을 내어 곡성을 방문하게 됐고 회사 사장님들은 곡성을 처음 방문하는 길이었습니다. 달리는 차창 가에 쏟아지는 가뭄해갈이용 단비와 여수엑스포를 보러 내려가는 차량들인지 몰라도 많은 차량들 때문에 다소 늦게 곡성 읍내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내려간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 친구가 벌써 식당에 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준 친구는 누구보다도 곡성을 사랑하는 친구입니다. 그동안 완도, 순천, 광주 등지에서 선생님으로 활동하다가 석곡면 구 명강초등학교에 대안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정년이 많이 남았는데도 올 6월에 명퇴를 신청하고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섬진강에서 막 건져 올라온 붕어찜, 쏘가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곡성만세(새롭게 만들고 세우자는 곡성 건배) 삼창이 곡성읍 시가지에 메아리쳤습니다. 참깨, 참기름,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 많은 곡성산 원재료를 이용하여 곱게 물들인 양념장을 만들어 붕어 온몸에 덧씌워 맛깔스럽게 구워 올라온 붕어찜에 젓가락 속도가 빨라져만 갔습니다. 마 바람에 게눈 감추듯이 없어지고 이어서 솥뚜껑만한 접시에 하얗고 은은한 은빛 회가 등장했다. 이렇게 쫄깃쫄깃하면서 감칠맛 나는 회는 처음이라면서 곡성 민물회가 최고라고 연발한다. 특히 제철을 지나 끝물에 있는데도 아삭아삭 씹는 맛이 독특하다면서 곡성 통상추(담배상추) 인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해우리(매장조건 200평 이상) 식당을 20곳 이상 운영하고 외식산업을 크게 하는 윤영학 사장님께서 곡성 통배추와 청계매실에 눈독을 들였고, 조만간에 회사를 방문해 곡성군 농·특산물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곡성의 따뜻한 정과 맛을 나누는 저녁이었습니다.

심청이야기 마을 숙소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곡성멜론과 참외를 안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무릉도원에 도취되어 갔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에 일어나 광주CC로 이동했습니다. 호남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골프장,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골프장에서 라운딩에 들어갔습니다. 주변에 오래된 거목들이 숲을 이루고 홀마다 쭉쭉 뻗어있는 녹색 잔디 위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리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분지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많은 비가 그쳐 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하고 각 홀마다 골퍼들로 북적였습니다. 긴 시간 라운딩을 마치고 우리일행은 목사동면 죽정리 마을 앞 정자로 이동했습니다.

박사무관님께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렸을 적 당산나무 그늘에서 놀았던 추억을 되살리고, 함께 모시고 온 사장님들에게 고향을 보여주기 위하여 특별히 정자에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손님들을 모시기에 다소 누추하다고 여겼지만 오히려 손님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듬직한 큰 당산나무들이 정자를 감싸고 보성강과 목사동면 소재지가 저 멀리 시원히 내려다보이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근엄하게 서있고,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이어지는 능선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지형산세를 보아하니 인재들이 나올만한 산이라고 한마디 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떤 사장님은 정자에 드러누워 고인 땀을 씻으면서 “천국이 따로 없네, 박사무관이 이런 골짜기에서 태어나 출세했다”고 놀려댔습니다. 하지만 하늘아래 첫 동네 골짜기고, 작은 산속마을이지만 이 마을 출신들 주요 인사들 몇 분을 소개하면 그래도 꽤 좋은 마을이라는 것을 쉽게 알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기획재정부 박형수 사무관, 학원장이시고 교수이신 김재규 원장,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조순열 변호사, 삼성의료원 과장을 역임하시고 경희대 교수이신 조진현 교수, 농촌진흥청 조순길 농학박사,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건설기술처 박경수 팀장, 주식회사 창운 김순호 대표이사, 경찰청 박성대 정보관, 성남경철서 박종필, 안양경찰서 박종열, 부산진구청에 근무하면서 부산축구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대복, 순천 교육청 양종식, 인천시청 양명식, 목사동면사무소 송갑섭 씨가 이 마을 출신.

다소 비좁은 정자에 둘러앉아 다슬기와 다슬기국물에 한잔씩 목을 축이고 현장에서 장어구이를 직접 구워 올려 어렸을 때에 천렵 나왔던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다슬기 국물에 한잔, 장어구이에 한잔, 술잔은 기울러지면서 조용한 동네에 곡성만세 삼창이 울려 퍼지는 사이에 허남석 군수님께서 행정과장님과 함께 도착했습니다. 고을원님이 오셨다고 모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면서 가벼운 인사소개를 나누었습니다. 마을 이장님을 비롯하여 주민, 내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정자에 꽉 차게 되었습니다. 박사무관님께서 “군수님께서 군정에 바쁘신 데도 이렇게 오셔서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아마도 마을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하면서 곡성만세” 삼창 건배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박사무관께서는 현재 민선군수들이 마을마다 골목마다 안 가본데 없이 돌아다니는 현장행정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수님께서 오신 분들께 군정에 대해 간단한 설명과 환영인사가 이어지면서 군수님의 군정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고 이어지는 건배사와 메아리가 어울려지는 분위기 좋은 닭재마을 정자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잠시 후 일행은 순천시 주암면에 있는 참한솔 교육농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조영식 농장주 사모님은 목사동 출신으로 콩을 이용해 된장, 고추장, 과자류, 두부, 등 여러 장류 상품을 개발하여 국무총리 상까지 받은 벤처농업 기업인입니다. 시간관계상 자세한 설명과 준비해놓은 시식을 하지 못하고 학교 건물만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이재현 사장님께서 금일봉을 주시면서 우리일행들에게 일괄 상품을 주문해 주었습니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일행은 서둘러 죽곡면 카누 체험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모두들 처음 타본 것으로 물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간단한 조교의 설명을 듣고 카누에 몸을 실었습니다. 노를 들고 한 번, 두 번 저을수록 미끄러지는 것이 마치 얼음위를 스케이트 타고 미끄러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카누에 몸을 싣고 물위에서 바라보는 보성강은 또 다른 별천지였습니다. 잔잔한 물결위에 유유히 떠 있는 카누에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진한녹색으로 꽉 찬 주변 숲, 물밑에 노닐고 있는 치어들을 보노라니 세상 근심걱정 다 잊는 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물살세기에 따라서 미끄러지고, 나의 의지보다는 물살의 의지에 따라가야 하고, 물살이 회오리치는 곳에서는 엎어지면서 물밑에 빠지고, 본의 아니게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어나 뭍으로 끌고 와서 다시 올라타 노를 저는 것은 마침 인생이 어려운 일들이 닫혔을 때에 위기를 극복하고 넘어져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는 인생역정과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옷을 젖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노를 저었지만 뜻하지 않는 물살세기에 따라 나의 조심성은 하나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몇 방울이 뛰어 옷에 젖고 나중에는 카누가 뒤집어지면서 온몸에 물을 끼었고 뒤집어졌습니다, 일어났다 반복되는 스릴이 오히려 즐거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태안사 입구까지 운행하는 카누 체험이었지만 압록까지 가는 먼 거리, 중간거리, 가까운 거리의 3단계 코스개발과 중간에 쉼터를 설치하여 음료수, 라면, 곡성과일, 특히, 보성강의 다슬기 탕과 다슬기 무침 등을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아마도 물위에서 놀다보면 육지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배고픔이 빨리 온다는 것을 물위에서 놀아 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왔지만 카누를 즐기다 보니 이내 배가 고프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운영하고 있는 카누체험을 마치고 양희춘 사장님께서 청년회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금일봉을 전달하고 우리나라 박사 고을로 유명한 봉정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봉정마을에 들어서자 다른 마을과는 달리 제각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양희춘 사장님께서 영류제(함안조씨제각)를 둘러보고는 건물배치구조, 대문위치, 돌담구조, 토방위치, 굴뚝위치, 처마방향, 주변에 산과 어울림 등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이 마치 문화해설사 못지않았습니다.

또한, 제각이 있는 마을은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공부를 많이 하는 학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에 박사가 많이 나왔으며 지식경제부 조현훈 사무관님도 좋은 환경의 영향으로 공부를 잘 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현훈 사무관집은 봉정마을 도로변 2층집 새 건물로 2층 베란다에 빨간 파고라가 눈에 뜨이는 집입니다. 조사무관 막내 동생 젊은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대문에 들어서니 파란 잔디위에 먹음직스런 음식이 차려져 있고 한쪽에서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코를 진동시켰습니다. 집 안에 들어서니 멋진 소나무, 커다란 바위, 잘 가꿔진 정원수, 푸른 잔디로 이루어진 정원이 아담하게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마당에 차려진 상에는 은어구이, 추어탕, 삼겹살, 상추, 된장, 능어리 버섯, 다슬기무침, 취나물, 잼피가루, 이름 모를 산나물들로 즐비하게 차려져 있어 군침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추어탕은 우리일행을 위하여 조사무관 동생부부께서 손수 마을 앞 개울가에 가서 잡았다고 하니 자연산 미꾸라지를 오랜만에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쌀밥과 은어구이와 조선장 양념장을 이용하여 은어구이 비빔밥은 일품이었습니다. 추어탕에 잼피가루를 넣어 입안에서 화하게 느껴지고, 비린내를 없애주는 특유의 맛에 반해서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양 사장님께서는 잼피가루를 살며시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변함없이 가는 곳마다 이어지는 만세삼창 건배 속에서 술잔은 이어가고 양사장님과 윤사장님사이에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와 닿습니다. 역시 음식은 전라도 맛을 따라 갈수가 없다. 따라서 서울에서 음식사업을 크게 하시는 윤사장님께서 전라도 음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전라도 음식은 옛날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워서 누구든지 음식에 맛을 낼 줄 알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손맛과 온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전라도 음식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곡성군에 있는 전남조리과학고등학교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 학교는 전국 음식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고,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는 명문고등학교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따라서 두 사장님들께서는 전남조리과학고등학교와 연계해서 음식개발, 학생들 장학금 지원, 취업 등 연계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남 조리과학 고등학교를 활용하여 곡성군 농업발전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이 학교를 더욱더 명문고로 육성하여 이 학교 출신들이 서울 등 대도시에 많은 음식점을 개업하고 식품과 관련 인재로 육성하여 곡성군 농특산물을 이용토록하고, 새로운 농산물 상품을 개발하여 곡성농업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할 수 있도록 연계방안을 학교와 공동으로 협의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늦게 온 동네 청년들과 함께 어울려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추억에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이에 사장님들께 문자가 이어졌습니다. 회사 동료 집에 상가가 발생하여 직원들이 사장님 만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일정을 남겨두고 끝까지 동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양사장님, 윤사장님, 이사장님이 저녁 늦게 곡성을 출발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곡성기차마을과 1004장미원을 둘러보고 출발 할 계획이었는데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대안학교를 조성하기 위하여 리모델링하고 있는 석곡 연반 구 명강초등학교를 방문해 강채구 선생님을 만나 격려하고 자주 뵙기로 약속하고 곡성을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곡성을 너무 많이 보아왔고 가까이에서 매일 직접 접하다 보니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곡성을 여행하신 사장님이 보내주신 문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었습니다. ‘곡성이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인지 꿈에도 상상 못했고, 신선들이 사시는 곳인 줄 정말 몰랐고, 지금도 그 아름답고 푸르른 경치와 온갖 정성이 담긴 음식과 친구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최선을 다하는 천사 같은 소중한 마음을 지니신 분들이 눈에 선하고, 대한민국의 명소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심이 좋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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