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NGO의 장기 프로젝트로 복원한 ‘새들의 천국’

흔히 홍콩을 떠올리면 하늘을 찌를 듯 빽빽이 들어찬 고층빌딩과 화려한 야경, 그리고 온통 명품샵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시내를 뒤로 하고 홍콩의 북서쪽으로 들어가면 의외의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마이포습지다. 관광도시 홍콩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친환경적인 얼굴을 엿볼 수 있다.


갯벌에서 먹이를 먹던 도요새, 물떼새가 무리를 지어 마이포습지에 내려 앉는다. 기러기류의 수백종의 철새가 관찰되는 이 지역은 저녁 무렵 떼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엿볼 수 있다.
한반도의 새들이 겨울을 지내는 곳으로 알려진 철새 도래지 가운데 한 곳인 홍콩의 마이포습지는 홍콩 정부로부터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말 그대로 ‘새들의 천국’이었다.

◆100년동안 베일에 가려진 천연습지

홍콩 북서쪽, 중국 선전과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마이포습지는 홍콩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이포습지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까지 100년 동안 홍콩과 중국의 국경지대에 속해 있던 곳. 100년 동안 철조망에 의해 통제된 이곳은 사람의 왕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개발조차 이뤄지지 않다보니 거의 원시림 수준으로 보존돼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독특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 습지의 면적은 무려 376만㎡에 달했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가 무리져 살고 있는 마이포습지를 탐방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이포습지 안에는 전통적인 새우양식장 게이와이(GeiWai)를 볼 수 있다. 중간중간에 조망대가 있는데, 조망대는 새를 위협하지 않고 자연 가운데 있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새를 가까이 보기 위해 양보한 것이다.

또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 습지는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열대 ‘맹그로브 숲’이 무성했다. 맹그로브 나무는 육지의 침전물을 막아서 산호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 주는데, 뿌리가 물을 정화시켜주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지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 나무는 그 자체가 신비한 볼거리이자 자연보전과 일맥상통케 해 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맹그로브 숲 사이로 나 있는 목책로를 따라가다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조류관찰소에 들어가 봤다. 나무 창을 여니 바로 앞에 습지가 한 눈에 펼쳐졌다. 그리고 철새 수십마리가 “초우 초우”, “츄루 츄루”대면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옆에는 청둥오리 등 갖가지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25년동안 하나씩 매입해 습지 복원

한참을 더 걸어가자 오두막 같은 나무집이 나온다. 이는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숲속 끝에 위치한 탐조대다. 탐조대 안에서 바닷물의 들고 남을 따라 갯벌을 이용하는 도요새·물떼새를 비롯한 수많은 새들과 그들의 먹이가 되는 망둥어·게 등 작은 저서생물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취재팀을 안내한 홍콩 농어업자연보호청(AFCD) 로 릴리안 고급주관은 “마이포습지의 새들은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그의 말은, 인간이 특별히 위협을 가하지 않고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으면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사실, ‘새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마이포습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이포는 당초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시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이곳 주민들이 습지를 새우양식장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러자 습지의 중요성을 깨달은 홍콩 정부와 NGO(세계자연보호기금(WWF) 홍콩지부) 등이 습지를 복원키 위해 기금을 마련하면서 이 지역 새우양식장을 하나씩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곳 새우양식장을 모두 매입하는데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였다.

이후 홍콩 정부(농어업자연보호청)가 법적 관리책임을, WWF 홍콩지부가 교육 및 관리운영을 맡게 됐다. 이는 정부와 NGO단체가 힘을 합해 습지를 복원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릴리안 주관은 “새우양식장으로 철새의 서식지가 파괴됐던 마이포를 정부와 NGO가 장기간의 노력으로 복원했다”며 “토지를 매입하고 보존·관리할 수 있도록 지역은행과 기업체의 도움도 컸다”고 전했다.

◆견학 제한·환경교육 등 병행 관리

마이포습지에는 매년 한반도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온 450여종의 철새 6만~7만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또 나비 230여종, 잠자리 100여종, 물고기 150여종이 각각 서식하고 있다.
철새들이 날아들고, 심지어 철새들이 아직 덜 자란 치어를 잡아먹어도 사람들이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자연의 순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화된 홍콩에서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마이포습지는 세계의 여느 습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1995년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인정받아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마이포습지를 홍콩인들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안내인이 귀띔한다. 어쩌면 ‘개발의 상징’인 홍콩에서 습지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관심과 홍콩인들의 배려 때문으로 읽힌다.
릴리안 주관은 “마이포습지는 다양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습지 관리의 최종 목표는 철새들의 낙원인 만큼 철저한 관리와 환경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포습지는 매년 4만여명이 방문하고 있지만 습지 견학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하지 않고 고스란히 지켜낸 마이포습지를 후세대들에게까지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양상용·조상현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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