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위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벌이고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에 원한관계나 이해관계도 없고,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발생하는 범죄이다.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강간 살인 등의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보수신문에서는 술이 묻지마 범죄의 주범이라며 소위 주폭을 단속해야한다고 캠페인을 하고 있고, 진보신문들은 실업과 빈곤 등으로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이 결국 묻지마 범죄의 원인이라며 신자유주의가 파생시킨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묻지마 범죄라고 해서 아무 연관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미국 TV 수사드라마도 뉴욕, 마이애미, LA, 라스베가스 등 특정지역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소위 보이스 피싱과 같은 원격 범죄, 즉 범죄자와 가해자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범죄도 있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아무리 지역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범죄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발생한 범죄의 해결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범죄 예방을 위한 개인적 대책이나 사회적 방어망이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범죄에 대한 정보의 측면에서 한국의 지역사회는 매우 취약하다. 말 그대로 등잔밑이 어두운 것이 바로 범죄뉴스이다. 전국지나 TV를 통해 전달되는 타 지역의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소상히 알 수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어떤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지역의 범죄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 범죄예방이나 대책이라고 나오는 것들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범죄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교류를 통해 예방하고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홍보다. 즉 범죄에 대해서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범죄가 일어났는지도 알려야 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검거되어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도 알려주어야 한다. 따라서 범죄자를 체포하고 처벌하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범죄발생 사실과 범죄수사결과를 알려주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언론의 범죄보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역언론의 경우는 범죄보도에 매우 소홀하다. 자치단체장의 행사동정만도 못하게 다루어진다. 그 이유는 기사의 소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자가 쉽게 취재해 기사화가 가능한 행정이나 정치 분야 기사에 비해 취재나 기사작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내 범죄가 빈번해질수록 지역 정치인들이 치안책임자들은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범죄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

중앙언론의 범죄뉴스는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장되고 왜곡된 범죄보도는 수용자들의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과도하게 증폭시키거나 모방심리를 자극한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수사나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언론의 범죄기사는 사건의 초기 단계에 집중해, 범죄의 발생과 범인검거에만 관심을 두고 재판이나 사후 결과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살인, 강도 등의 대인 강력범죄를 지나치게 강조해 보도하는 반면에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홀히 다루는 경향도 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언론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여전히 언론에 의존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범죄보도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측면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매우 부족하고 그나마도 매우 부실하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역사회는 결코 경찰의 치안강화로만 가능하지 않다. 지역주민들이 범죄에 대한 정보와 뉴스를 쉽게 구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발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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