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로는 ‘한계’ … 민간교류 확대로 ‘물꼬’
‘최초 자매결연 도시’, ‘최초 영·호남간 결연’ 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대구 달성군. 낙동강을 끼고 있는 달성군은 4대강사업으로 인해 전형적인 농촌도시에서 탈바꿈하고 있으며 인텔리전트 빌딩(군청사)으로 알 수 있듯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담양군과 오랫동안 형제·자매로서 결연을 맺고 있는 달성군을 찾았다.
국내 기초자치단체간 자매결연 협정을 처음으로 체결한 도시가 바로 담양군과 대구 달성군이다. 이때가 1984년이다.
이 두 지역간 자매결연을 맺게 된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을 안고 있다. 권위적인 군부정권이 통치하던 1980년대에는 영·호남간 갈등이 극심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88고속도로의 시발지와 종착지인 담양군과 달성군이 동·서를 잇는 것처럼, ‘동(영남)-서(호남)간 결연’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마련했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된 88고속도로는 1984년에 개통됐는데, 이때를 맞춰 자매결연을 맺게 됐다.
정치적 이벤트의 성격이 강한 결연식이었지만 이후 달성군과 담양군은 영·호남간 교류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의례적 관계…민간교류 ‘숨통’
달성군은 ‘최초 자매결연 도시’, ‘영호남 자매결연’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호남지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달성군내 사회단체와 호남지역 사회단체간 결연활동이 바로 그것. 현재 9개 사회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달성군 새마을부녀회-담양군 새마을부녀회 ▲달성군 바르게살기협-담양군 바르게살기협 ▲달성군 생활개선회-담양군 생활개선회 ▲달성청년회-장성청년회 ▲달성라이온스-담양라이온스 ▲비슬산악회-담양산악회 ▲화원조기축구회-담양 남산조기축구회 ▲화원농협-담양 대전농협 ▲달성경찰서 보안지도위-담양경찰서 보안지도위 등이다.
이들 단체는 축제나 군민의날 행사때면 어김없이 상호방문을 하거나 친선축구대회를 통해 왕래하고 있다. 또 자기네 지역에 서로서로 독거노인을 초청해 관광을 시켜주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달성군에서 군민체육대회를 개최할 때 ‘담양한과’ 등 담양지역내 상인들이 이곳에 축하사절단의 일행으로 방문, 현장에서 특판행사를 벌여 하룻새 2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한 해에 한두 차례 만나는 모임이지만 이들의 연대는 형제애에 버금가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자매우호 관계가 의례적이고 소극적인 관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달성군 안팎에서는 실리적인 경제적 이득을 고려해 지역 발전을 꾀하는 이른바 ‘합목적적인 협력관계’와 구조를 다시금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공동파트너 사업 모색해야”
사실 달성군은 담양군과 결연을 맺은 이후 20년동안 어느 곳과 결연을 체결한 적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서야 경기 이천시(2004년)와 두 번째로 자매결연을 맺었다. 해외의 경우 가까운 중국(하북성 낭방시·절강성 가흥시 수성구)과 우호교류를 체결했다.
다시 말해 달성군은 국내 2곳, 해외 2곳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이들을 살펴보면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우호적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협력기반을 조성하는 관계인 ‘자매도시’와 행정·문화예술·체육·청소년 분야 등 자유로운 분야에서 교류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우호도시’ 등이다.
달성군의 이같은 분류법에 따르면 담양군은 전자에 속하는 ‘자매도시’인데 반면 이천시·중국의 두 도시 등은 ‘우호도시’인 셈이다. 특히 우호도시는 군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아도 교류분야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 달성군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우호도시 MOU’를 교환하고 있었다.
자매결연 관계로 수차례 담양군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달성군 오상덕 자치행정계장은 “자매결연을 맺은 지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이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자치단체가 나서서 결연을 체결하고 있지만, 경기 이천시의 경우 몇 년째 발길이 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오 계장은 “지나치게 관에만 의존한 교류활동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지방자치제 활성화의 관건은 민간교류 활성화에 달려 있는 만큼 민간부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업무지원을 하자는 것. 이에 오 계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공동 파트너 사업으로서 연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종대·조상현 記者
인터뷰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교류 당위성을 정한 뒤 ‘실행파일’ 마련해야”
“많은 자치단체들이 뚜렷한 목적이나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구색 갖추기’식으로 교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질적인 자매결연의 효과를 얻기 위해선 자치단체간 협력을 할 수 있는 ‘실행파일’이 있어야 합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자매결연의 행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언론인 출신인 김 군수는 자매결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살펴본 뒤 “아무런 목적없이 ‘구색 갖추기’식으로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한 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군수는 그러면서 “선진화를 위한 아이디어 수집이라든지, 친선관계를 위한 문화교류행사, 공무원간 상호 파견 등 자매결연을 통해 얻는 이점이 있지만 이를 모두 ‘관 주도’로 진행해선 안된다”며 “이제는 자치단체간 교류활동이 민간교류로 확대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 군수가 제기한 ‘실행파일’은 무엇일까.
“교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먼저 정한 뒤 충분한 사전검토과정을 거친다면 두 자치단체간 공동 파트너로서 ‘사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연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달성군 비슬산축제와 담양군 대나무축제 투어라든지, 달성군내 서원과 담양군내 누정 문화탐방 등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고 있지만 영·호남이라는 특질을 내세워 공동으로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군수는 ‘영호남 자매도시’에 대한 우정도 잊지 않았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달성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때 담양군에서 500만원의 수해의연금을 보내왔다. 또 2005년엔 담양지역에서 폭설 피해가 발생하자 달성군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농가복구작업에 동참한 바 있다. 김 군수는 “자매결연의 목적은 자치단체의 위상을 세우는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두 지역간 상생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