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전남도의원)

오래 전 T.V 드라마로 본 기억이 있다. 강산이 두 번 정도 바뀐 너무 오래 된 기억이라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어떤 한 남자가 정신 병원에 가두어져 있고 그 남자는 자기가 재벌 회사 회장으로 착각 하고 있다.

정신 병원이다 보니 그 안에서도 그의 추종자가 생겼고 그는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재벌 회장과 거의 똑 같은 일상을 보낸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하루하루는 너무 행복한 만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런데 그 정신 병원 의사는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 부류는 의사의 사명은 병을 고치는 것이고, 이곳은 병을 고치는 병원이므로 그의 병을 반드시 고쳐 현실을 똑바로 인식 시켜야 한다는 쪽과 또 한 부류는 그의 지난 생활이 너무나 처참 했는데 (사실 그는 어떤 사고로 아내, 자식, 다 잃고 그 충격과 가난한 생활에 지쳐 정신이 돌아 버린 것이었다.)현실로 돌아 와봤자 갈 데도 없고 누가 돌 봐줄 사람도 없어 병을 고쳐놓으면 아마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냥 그대로 놔두자는 쪽이었다.

물론 드라마다보니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우리도 인생을 살다보면 이보다는 아니겠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난 그 드라마를 보는 당시는 병을 고쳐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하고 그러한 것을 견딜 수 없으면 죽음도 자기가 선택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만족한 돼지 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변해져갔다. 도대체 나라는 정체성은 무엇일까? 내 몸일까? 내 정신일까? 정신이 몸보다 더 우선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평생 내 정신을 넣고 다니는 몸도 정신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떻게 보면 정신 또한 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뇌 또한 내 몸의 일부이니 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가끔 했다.

몸과 정신! 자기를 나타내는데 떼어낼 수 없는 한 줄기이다. 그런데 몸은 그대로 있는 데 정신이 나가버린 병! 치매, 알츠하이머병 이라고 부른다. 우리 어렸을 때는 노망났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 들었던 노망든 것에 대해 무서운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 제일 무섭게 지금까지 기억 되는 것은 노망든 할머니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손자를 국 끓인다고 솥에 넣고 같이 끓였다는 이야기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처럼 치매는 오래 전부터 참으로 무서우면서 슬픈 병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5년 새 3배나 폭증 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치매환자 지출한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2006년 10만 5337명이던 치매환자가 2011년 31만 2077명으로 2.96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평균 24.3%씩 치매치료를 받는 환자가 증가 한 것이다. 이처럼 치매 환자나 치료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가차원의 대책도 강화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즉 앞으로 가정을 파괴하는 치매는 국가나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전남도는 더 심각하다. 전남도에서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전남에도 65세노인 중 치매 환자가 9.1%나 된다. 거의 열 명 중 한 명꼴이니 두 가족 중 한 가족은 해당 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전남도도 앞으로 치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치매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치매 중증 환자는 가족이 돌보기에 너무 힘든 일이다. 어떻게 보면 가족이 해체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부모에 대한 효심 때문에 가족이 책임지고 모시고 있다가는 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가족들 인생마저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자기 정체성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모르겠지만 자기 정체성을 완전 잃어 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사자에게는 죽은 것 하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자기가 자기를 인식도 못하는 상태에서 자기를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추한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가는 것이 좋은 일일까?

이처럼 중증 치매환자는 가족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경제적 문제로 치매당사자나 그 가족들을 피폐한 상황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정말 이 문제는 그 누구든 예외 없이 무조건 국가가 책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들에게 현재진행중인 현실적인 문제이고(부모님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고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정신이 나간 빈껍데기 몸일지라도 기나긴 세월을 우리 정신을 담고 살아온 몸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라도 마지막은 최소한 품위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조금 다행인 것은 치매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여러 가지 치료약도 개발되어 우리가 걸릴 나이 때 쯤 되면 그래도 조금은 희망은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다. 그 희망을 기대해보자! 무섭고도 슬픈 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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