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천(한국농어촌공사 곡성지사장)
노후 준비 시장에선 이른바 '3G'가 화두다. 3G(3Generations · 3세대)란 노후 준비를 할 때 단순히 나 자신만 따질 게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생애까지 3세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뜻에서 나온 신조어다. 단순히 배우자를 포함한 노후 생활비 등 가계 상황만을 고려하는 일차원적 접근은 이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할 땐 부모의 나이·건강·재산규모, 자녀수와 나이, 취업, 결혼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실질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은퇴 이후의 노후준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평균수명이 100세까지 예상되다보니 경제활동 기간보다 더 긴 노후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 근로자들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개인연금까지 2중 3중의 노후대비를 하고 있지만, 농촌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수급권자가 극히 드물고,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보니 개인연금 가입도 어려운 고령농업인의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국가의 정책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농지연금 사업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지난 2011년부터 도입 시행하고 있다.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농지를 담보로 매월 일정금액의 자금을 연금 방식으로 지급받는(역모기지방식) 제도이다.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하여 노후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제도 시행 3년차로 한국농어촌공사 곡성지사는 16명의 농업인이 참여하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농지연금은 농업인들에게 든든한 노후를 보장할 유일한 수단이다. 가진 것이 농지밖에 없는데 그 농지를 담보로 매월 일정액의 연금이 나온다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해당 농지에서 계속 농사를 짓거나 농지임대로 추가 소득을 올릴 수도 있으니 이만큼 좋은 제도는 감히 없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농지연금 가입마저도 자식들 눈치에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게 고령농업인들의 현실이다. 농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니 추가담보도 어렵고, 끝내는 처분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식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중도에 연금을 해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식들의 반발이 가장 많았다.
“노후에 자식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농지연금에 가입했는데, 오히려 자식들 눈치를 보느라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농업인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식들에게 농사 고생 시키지 않으려 열심히 공부 뒷바라지 하고, 도시에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 수 있도록 그 때 그 때 농지 팔아 한몫 챙겨주다가 홀로 늙고 병들고 몸이 아파도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들에게 미안해 연락도 편히 못하는 게 농촌에 계신 우리 부모님이시지 않은가.
이제 우리 자식들도 농촌에 계신 부모님을 좀 더 배려했으면 한다. 농지연금은 자식을 위해 고생한 부모님이 누릴 최소한의 몫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