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홍명보 감독의 선수선발과 전술, 축구협회의 행정, 대표선수들의 정신자세 등 성적부진에 대한 원인이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축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월드컵을 시청한 국민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국가대표 축구팀의 재정비를 위한 다양한 제안 중, 네티즌들로부터 특히 많은 공감을 얻은 반응이 있었다. “월드컵에서 잘 하기 위해 준비하지 말고 K리그에서 잘하기 위해서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전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의 제안이었다. 국내프로축구가 활성화되어야 월드컵 대회에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K리그는 국내 프로축구 리그를 말한다. 현재 1부 리그인 <클래식>에 10개팀, 2부 리그인 <챌린지>에 12개 팀이 전국 각지에 연고를 두고 경기를 벌인다. 그러나 K리그 경기는 관중도 적고 TV중계 시청자도 드물다. 한국의 축구팬들은 K리그보다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독일의 분데스리가, 스페인의 세리아 등 외국의 프로리그 경기를 더 많이 보고 응원한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팀에 진출한 탓도 있지만, K리그에 비해 경기수준이 높고 TV중계도 더 많기 때문이다.

축구는 국민들이 가장 즐겨 하는 스포츠 구기종목이지만 관중동원 측면에서는 야구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승부조작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더욱 관중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국가대표팀이 강해지려면 국내 프로축구가 강해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30년 넘게 홀대받아온 국내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K리그가 프로야구 수준의 인기를 얻으려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구”를 해야한다. 프로축구와 동일한 시기에 출범한 국내 프로야구가 프로축구와 달리 관중동원에 성공한 비결이 바로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경우, 프로야구 출범 이전에 이미 고교야구 대회를 통해 강력한 지역연고 팬 베이스가 형성되었다. 프로야구 출범과 더불어 지역 고교선수들이 해당지역 프로팀에 입단하면서, 고교야구팬들이 프로야구팬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그러나 1984년 프로축구 출범당시 고교축구는 고교야구와 같은 지역팬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대기업이나 국영기업, 종교재단 등이 프로축구를 운영하면서 지역연고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월드컵 경기를 치르면서 세계적 수준의 좋은 경기장이 확보되었지만 관중석은 늘 비었다.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 전을 제외하면 K리그 경기장은 썰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축구팬은 국가대표 축구팬일 뿐이다.

프로축구의 본 고장 유럽의 현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맨체스터나 마드리드, 뮌헨 등 유럽 대도시의 프로축구팀들은 전세계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 프로축구팀들은 한국의 중소도시 규모에 불과한 지역에서 운영된다. 현재 해외 프로리그에서 활약중인 한국 국가대표 선수 소속 팀의 연고지 인구 규모를 보면, 기성용의 영국 선덜랜드는 27만 5천명, 구자철의 독일 마인츠는 20만명, 손흥민의 레벨쿠젠16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소속팀의 홈경기는 관중석이 만원이고, 덕분에 구단은 흑자운영을 한다. 물론 그러한 유대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프로축구팀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지역의 대표기관이자, 지역통합의 구심점이다. 이길 때는 함께 기뻐하고, 질때도 함께 슬퍼하는 것이 유럽축구의 전통이다.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 사회적으로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축구경기장에서는 하나가 된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이 맞다. 국가대표가 잘하려면 K리그가 활성화되어야한다. 그럴려면 K리그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구”를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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